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학(ITB)에서 대학원생들에게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제력을 비교하라는 숙제를 내었다. 이들의 관심사 중에 하나는 선진 각 국가의 경제 부흥의 요인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토론이 종종 있어 왔다. 연구실에 그들이 찾아왔고, 한국의 경제 부흥에 대한 토론을 하게 되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경제 부흥의 요소로서는 짧은 외세 지배를 들었다. 일본으로부터 짧은 기간인 36년간의 지배로 국가의 정체성을 그대로 이어갔고, 산업경쟁력의 원천인 민족정서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외세의 지배가 100년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사뭇 놀라운 내용이었다. 이곳의 대학인들은 인도네시아의 역사 중에서 외세 지배에 대한 뼈아픈 역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350년간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일본이 1942년 점령했다가 1945년 물러났다. 네덜란드로부터 식민 지배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종이 바뀌고 그 식민지배의 흔적을 지울 수 없게 된 내용들이 많다. 그리고 일본이 지배한 3년간, 지독하리만큼 참혹한 약탈과 식민지 통치가 이루어진 내용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반둥공과대학에서 방문학자로 6개월을 마치고 승합차에 이삿짐을 싣고 꼬빡 하루를 달려서 세마랑(Semarang)에 도착하였고 그곳의 디포네고르대학(UNDIP)에서 6개월을 지내게 되었다. 세마랑에는 유명한 유적지로 증기기관차 역사를 담은 라왕 세우(Lawang Sewu)라는 곳이 있다, 천개의 문을 뜻하는 이곳은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많다. 그 이유는 일본으로부터 식민 지배를 받을 때 여기 지하실에서 대학살이 일어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이 차 있는 어둑어둑한 지하실에 들어가는 것이 무서웠다. 고개를 제대로 들 수 없는 이곳에서 고문과 감금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나는 이곳에서의 일본의 악행을 상상하면서 우리나라를 36년간 식민지배한 그들의 만행을 생각하였다.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8월 17일을 독립기념일로 하고 있다. 우리의 8월 15일 광복절에 해당된다.

며칠 전 각종 언론에서는 강원도 평창의 한국자생식물원에 ‘영원한 속죄’라는 조각물이 하나 들어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소녀상 앞에 신사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소녀가 위안부를 상징하는 것으로 나름의 해석을 하고 있었으며, 고개를 숙인 신사가 누구일까 하는 의문을 남겼다.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이 조형물을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소녀에게 고개를 숙여 속죄하는 상이라고 해석하고는 외교문제로 비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식물원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신사는 소녀의 아버지도 될 수 있고, 속죄하는 우리도 될 수 있다 고 하였다. 일본 총리가 그렇게 보면 그럴 수도 있다 라고 하였다.

우리 속담에 ‘똥 싼 놈이 성 낸다’라는 말이 있다. 자기 잘못은 덮어 두고 도리어 큰소리치는 어리석고 무지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75주년 광복절을 맞이하여 일본에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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