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미집을 보았다. 시작에서 중반부까지 약간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많이 웃었고 재미있었다. 다른 관객들도 좋아할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나는 좋았다. 장르를 어느쪽으로 분류해야할지 애매한데 코메디쪽으로 분류되어있더라. 그렇다. 블랙코메디.제목인 '거미집'은 영화 속에서 김열(송강호)이 만드는 영화의 제목이자 내가 본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배경은 1970년대, 영화 제작이 쉽지않던 시기로서 시나리오 단계부터 검열을 받고 통과되어야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김열 감독은 이미 촬영이 끝난 영화에 대한 꿈을 반복적으로 꾼다. 마지막 부분
한동안 독서모임을 한 적이 있다. 물론 내가 리더는 아니었고 멤버 중 하나였고 그리 성실한 모임원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시기의 나에게 큰 동력이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최근 “무익하고 무해한 독서”로 추천 받고 신나게 읽은 책이 ‘익명의 독서중독자들’ 1권이다. 책읽기에 대한 책, 또는 독서모임에 대한 (만화)책이다.작년 여름 지인이 추천한 적이 있고 그 이전에 또 다른 지인이 원작 웹툰을 소개한 적이 있지만 읽지 못했는데, ‘익명의 독서중독자들 2권’의 펀딩 출간을 계기로 정 모 기자로부터 추천받았다. 결국 읽을 책은
지난 주말 코로나로 멈추었던 봉수골 벚꽃 축제가 4년 만에 다시 열렸습니다. 벚나무는 꽃잎을 함박눈처럼 휘날리며 나들이 나온 이에게 반가운 봄소식을 전했습니다. 가로등 불빛에 수줍게 소곤거리는 꽃송이 너머로 토끼가 방아 찧는 달이 보이는 낭만적인 밤도 장관입니다.공공요금 인상으로 노심초사했던 겨울을 지나와서인지 봄의 온기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며칠 새 돋은 푸른 싹은 울창할 여름을 예고합니다. 벌써 올여름의 열기를 걱정하는 건 노파심이겠지요. 다행히도 여름 무더위를 재밌게 식혀주는 책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백희나 작가의 「
1992년에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은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책입니다. 메타버스는 가상이라는 의미의 메타와 세계라는 의미의 유니버스가 합쳐진 말입니다. 소설에서 메타버스에 들어가는 입구는 0번 포트로 고글과 이어폰을 통해 ‘아바타’로 갈 수 있습니다. 아바타는 사람처럼 보이는 소프트웨어로, 눈에 보이는 건 광섬유를 통해 내려온 정보에 따라 컴퓨터가 그려 낸 움직이는 그림에 불과합니다.닐 스티븐슨은 과학, 수학, 암호학 같은 주제를 다룰 뿐만 아니라 역사, 언어학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동물권에 관한 책일 것이라 짐작했는데, 장애에 관련된 책이었다.동물권은 어떻게 장애와 연결되는가? 동물권은 어떻게 인간의 삶과 연결이 되는가?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경계만큼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장애인 중에서도 인지적인 능력을 기준으로 나누어서, 어떤 장애인은 최소한 어떤 삶을 살 수 있다고 여겨지기도 하고, 또 어떤 장애인은 어떠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여기는 경계는 무엇인지? 이는 인간이 어떤 동물은 살리고, 어떤 동물은 동반자로 여기며, 어떤 동물은
지난 2월 18일 강진 피해를 본 튀르키예에 파견되었던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1진이 무사히 귀국했습니다. 이들은 극심한 추위와 전기, 수도 단절, 치안 불안 속에서도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총 8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조했습니다.만일 이런 상황에서 임무를 대신할 복제인간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들은 어떤 처우를 받아야 마땅할까요?양자물리학을 가르치는 에드워드 애슈턴은 반물질(안티매터)을 사용하는 미래에 우주 개척 임무를 수행하는 복제인간 에 대한 소설을 씁니다.복제인간 설정은 스타트렉의 전송기에서 착안하였고, 1970년대 조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와 타인이 살아가는 세계의 접점과 공감을 가지는 것이 독서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면, 타인의 세계에 들어서며 불편하거나 안타까운 지점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만남이 아닐까. 2020년 제11회 젊은 작가상을 받은 이현석 작가의 [다른 세계에서도]는 현직 의사인 동시에 소설가인 그가 우리가 계속해서 미뤄왔던 주제를 열어준다. 퀴어, 낙태법 폐지, 산업재해, 1980년의 광주, 탈북 이민자 등의 이야기는 조심스럽지만 불편하지 않으며 담담한 어조로 펼쳐진다. 나중이 아닌 지금 당장, 나와 교집합이 없
, , 의 저자 위화는 중국의 3세대 작가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됩니다. 그를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한 책은 할도르 락스네스의 와 스티븐 크레인의 그리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입니다. 그는 심리묘사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깨우쳐준 윌리엄 포크너를 스승으로 여깁니다.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 그는 노르웨이 작가 입센의 말을 접합니다. “모든 사람은 그가 속한 사회에 책임이 있다. 그 사회의 병폐에 대해서도 역시 그러하다.” 문화대혁명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그가 중국
가끔 백번 읽어도 여성 시인의 시라고 느껴지는 시가 있는데, 이번에 읽은 시집의 시인은 백번 읽어도 남성 시인이다. 여성성과 남성성이 완벽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결코 남자는 느끼지 못하는 여성의 것이 있고 여성은 표현하기 어려운 남성의 것이 있다. 그건 콕 집어서 증명하긴 애매하다. 주께서 여성과 남성을 구별해서 지으셨을 때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시절이 한참 지난 후에도 빛날 시집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여시아문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가축을 사육하는 농장에서 어미 개가 여러 마리 새끼를 낳았는데 어느 날 개고기를 찾
영화 은 이른 아침 가파른 바위산에서 시작해, 노을 지는 해변에서 끝납니다. 이 영화로 박찬욱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합니다. 시나리오를 전공하던 정서경 각본가가 2003년 응모한 단편 시나리오 공모전에 심사의원이던 박찬욱 감독과 닿은 인연은 , , , 에 이어 결심에 이르렀습니다.둘은 모니터와 키보드를 각자 한 벌씩 가지고 컴퓨터 하드를 공유해 한 사람이 자판을 두드리는 순간 상대 모니터에도 글자가 뜨는 방식으로 함께 각본을 썼습니다. 각
스마트폰을 자꾸 떨어뜨리는가? 사무실 냉방 온도가 낮아 감기를 달고 사는가? 마스크나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너무 헐겁거나 꽉 끼고, 처방받은 약이 어쩐지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그렇다면 당신은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최신스마트폰 액정 크기는 6인치, 손의 평균 길이가 18cm인 여자들은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는 것이 일상이다.▷표준 사무실 온도는 70kg 40세 남성의 가초대사량을 기준으로 한다.▷자동차 충돌 시험에는 남성인형(177cm, 76kg)이 사용된다.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여자는 중상을 입을 확률이 남자보다 47% 높다.▷여성의
2022년의 마지막 달이 지려고 합니다. 혹시 올해를 살아가는 동안 당신의 시간과 이 사회가 흘러가는 시간이 왠지 다른 것 같다고 느낀 적이 있었나요?2009년 무라카미 하루키는 1984년을 무대로 한 『1Q84』를 발표합니다. 1Q84와 1984는 모두 일본어로 '이치 큐 하치 욘'으로 발음됩니다. 빅 브라더가 감시하는 암울한 미래를 그린 조지 오웰의 『1984』를 연상시키는 제목입니다.소설은 아모마메(푸른 콩)와 덴고(하늘같은 우리)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됩니다. 어릴 때 증인회 신자였던 아모마메는 스포츠클럽에서 근육 트레이닝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는 여성의 역사를 연구해 온 두 명의 영국 여성학자가 세심하게 골라낸 여성사의 100가지 상징들을 8가지 분야로 나눠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끼쳤거나, 여성에 의해 만들어졌거나, 오늘날까지도 여성을 억압하고 있는 물건들을 중심으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발달해온 과정을 기록한다. 100가지 물건에 관한 이야기는 여성이 어떻게 억압당하고 차별받아왔는지, 그리고 그러한 부조리에 어떻게 맞서왔는지에 대해 증명한다.100가지 물건 이야기 중 흥미로웠던 물건 두 가지, 바가지 방지 굴레와 생리대154
남해의 봄날 출판사의『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은 2020년 미국 하비상을 받은 김금숙의 첫 에세이입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반려견 감자, 당근과 함께하는 강화에서의 평온한 일상에서 선물 받은 깨달음과 치열했던 지난날에 대한 회상이 담겨 있습니다.저자는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고장 고흥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로 가서 예술을 공부하고 만화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저자는 주로 굵직한 역사적 주제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생을 대담한 필치로 그려냈습니다. 만주국의 일본군 위안소에서 위안부
새 책이 나온다는 소식만으로 출판업계는 비상이 걸리고 예약 선주문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설명도 소개도 필요없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펼쳐든 이유는 그의 에세이야말로 읽기의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무라카미 하루키의 라디오 시리즈 중 세번째 책인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한 편만 제외하고 잡지 의 연재 에세이 '무라카미 라디오'에 쓴 것이다.에세이를 쓰다보면 '꼭' 쓰게 된다는 고양이와 음악과 채소,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는 건 역시 즐겁다고. -본문에서어디론가 이동하기 위해 운전을 하다가
문학평론가인 신형철은 첫 평론집『몰락의 에티카』(2008)에서 비평가는 시집과 소설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문학적인 것’을 발견해내고 그것을 질문으로 전환해내는 사람이며 비평이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말하는 일이라 정의합니다.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최승자 시인은 에서 세계를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볼 어린 소녀에게 “살아 있다는 건, /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문학이 우리가 아이처럼 생에 대한 순수한 긍정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건 아닐까요. 이십 수년 동안
언젠가부터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편의점은 이제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위치를 점령했다. 대학생인 딸들이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한 곳도 편의점이다. 이 책은 2017년 가을부터 2022년 봄까지 4년여 동안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쓴 석류 작가의 경험과 일화를 쓴 에세이다.작가는 어릴 적 슈퍼 주인이 꿈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생계를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편의점 계산대 근처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암모나이트처럼 버텨야 했다.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고, 최저시급이 안되므로 근로계약서도 당연히 쓰지 않고
출판사 책밥상이 차린 ‘음악 책 코스’에는 20년 차 편집장 김광현의『판판판』(2019)과『밥보다 재즈』(2021)가 있습니다. 김광현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멜로우 시티 멜로우 팝』(2022)의 공동 저자이기도 합니다.저자는 우리가 즐기는 대중 음악의 뿌리 역할을 하는 재즈를 스탠더드로 접한다면, 훨씬 풍성한 생활을 누리리라 확신하며 ‘재즈 스탠더드 듣기’를 추천합니다.‘스탠더드'는 표준, 기준이라는 뜻으로, 1930~40년대 뮤지컬을 위해 만들어진 극음악 중 재즈 연주자들이 자주 연주하고,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우연히 TV에서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정이현의 소설집에서 본 ‘아무 것도 아닌’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2016년에 발표된 이 소설집에서는 고등학생 아이가 임신을 하고 미숙아를 낳게 되는데 결국 그 아이를 책임지지는 못하는데, 2022년 TV속 고딩엄빠는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학교에 다닌다. 정이현의 데뷔작인 ‘낭만적 사랑과 사회’과 ‘오늘의 거짓말’에 이은 세 번째 단편집이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총 일곱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두 번째 이야기인 [아무 것도 아
경향신문에 ‘위근우의 리플레이’를 연재 중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위근우의 신작 『뾰족한 마음』이 출간되었습니다. 저자는 특유의 예리함으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사로잡은 유명 미디어 콘텐츠가 품은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합니다.2017년에서 2019년간의 칼럼을 모은 그의 전작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겁니다』는 통영과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지난 2019년 7월 4일 저녁 8시 통영 독서 모임 산.책이 그를 초대해 통영 미륵미륵 맥주호스텔에서 북토크를 했습니다. 냉철한 글과 달리 다정함이 넘쳐흐르는 반전 매력을 소유한 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