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상
아침밥상
  • 통영신문
  • 승인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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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나는 아침 6시 가족들의 기상시간에 맞추어 스마트 폰으로 클래식 음악을 틀어 둔다. 집안을 기상 분위기로 바꾸기 위함이다. 스마트 폰으로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연속으로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집안의 음악 환경을 만들기에 좋다. 아침 밥상에는 손자 둘, 며느리 그리고 우리 부부로서 다섯 식구가 자리한다. 많은 식구 탓에 밥상의 크기도 제법 크고, 반찬 가지 수도 많다. 한정식의 특성대로 가운데는 뚝배기 된장 한 그릇, 김치, 나물, 야채 쌈, 국 등이 놓인다. 손자들은 흰 쌀밥을 원하지만 아내는 무조건 현미를 섞은 콩밥을 준비하여 손자들의 희망과는 거리가 있는 밥이다. 밥은 각자의 밥그릇에 먹을 만큼씩을 담는다. 손자들이 먼저 담고 나면 며느리와 내가 담고 그리고 아내의 순서이다. 자신의 밥을 스스로 담는 일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배식 방법이다. 그동안 손자들은 자신의 밥이 많다는 투정을 많이 하였다. 아내와 며느리는 조금이라도 더 먹으라고 권하는 일이 반복되다가 급기야 자율배식으로 바꾸게 되어 새로운 풍경이 되었다, 식탁에 앉으면 손자들은 밥 먹는 것 보다는 웃고 즐기는 일이 더 좋은가 보다.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으로 많다. 퀴즈 놀이를 하거나 끝말 이어가기도 한다. 7시에 시작한 식사는 1시간이 넘어도 끝나지 않고 온갖 대화의 시간을 이어가기도 한다. 매일 보는 가족인데도 아이들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많다. 초등학생들은 8시 30분까지 등교를 하여야 하므로 8시10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나는 급기야 아침 밥상에서의 잡답을 금지하라는 당부를 하게 되었고, 다소는 설렁한 아침 밥상이 되었다. 할머니의 현미 콩밥에 대한 고집 그리고 할아버지의 잡답 금지까지 야속한 사람들이 되었다.

요즘 같은 여름날의 하루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면 온 가족이 마당에 펼친 멍석 위에 앉아서 국수나 수제비를 먹었다. 모깃불을 피우고, 부채를 동원하여 모기 쫒기도 하면서 할머님의 홍길동전, 도깨비 이야기, 장화홍련전 등의 옛이야기에 귀를 쫑긋하기도 하고, 북두칠성을 찾거나 하늘의 별을 세기도 하였다. 때론 무서운 귀신 이야기에 귀를 막기도 하지만 살짝살짝 듣는 재미도 컸다. 파낸 빨간 수박에 물을 부어 양을 늘리고 신화당을 넣은 늦은 밤의 간식이 준비될 때에는 세상에 이렇게 달달한 행복도 있음에 즐거워하였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고 아침을 맞았다. 마당 쓸고, 마루 닦고 밥그릇 수를 챙기면서 온 가족이 함께 맞이한 행복한 아침밥상이 있었다. 가족 간의 대화가 이어졌고 그 속에서 부모님의 모습을 닮아 갔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는 편안하고 사랑이 넘치는 아침밥상, 그곳에 같이한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우리 형제 삼남 일녀의 모습이 선하다. 소곤소곤한 그때의 언어를 다시 찾아보고 싶은 오늘의 아침밥상이다.

손자들에게 대화의 시간이 충분한 아침 밥상이 주어지고, 온 가족이 행복의 씨앗을 심고 사랑을 꽃피우는 풍성한 밥상에서의 만남이 이어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