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굽힌 은근한 자태
그리움은 붉은 꽃 속에서 나오지 못하지
진한 바람이 잦은 입김으로 흔들어 주면
물 너머 섬까지 이 고운 매혹 건너가겠지

아집이 흐트러진 항구는
떠나가는 배마다 울화(鬱火)를 실어 보내고
섬 귀퉁이 머문 파도 사이에
여린 한숨은 파도에 구겨 넣고
날마다 회향하는 꿈을 널어놓겠지

풀 섶 아래 시간이 물처럼 흘러가고
파도가 하얗게 상서로운 두루미처럼
항구 가득 들어오면
이렇게 시원한 바람 안고 가는 연초록 인연
물결따라 흘러가는 초롱꽃 섬 되겠지

정소란(시인)

정 소 란
한산도에서 출생하여
월간 조선문학으로 등단,
현재 죽림에서 꽃집을 하며
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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