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1970년대에는 월남 전쟁이 한창이었고, 그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파월장병의 환송행사가 부산항 부두에서 개최되었고, 우리 모두는 태극기를 흔들며 ‘~~~ 이기고 돌아오라 대한의 용사들~~~’ 목소리 높여 노래를 불렀다. 장병들을 태운 수송선이 항구를 벗어나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노래를 불러 주었다. 눈물로 환송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안타까움도 많았다. 월남전에서 미국은 패전을 하게 되었고, 수많은 우리의 선배들이 그 전장에서 목숨을 잃기도 하고 부상을 당한 채로 귀국하여 힘든 세월을 보내는 많은 사연을 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그분들의 피와 고통의 대가로 경제를 부흥시키게 되었다. 1970년대에는 경제 성장기로서 중진국의 반열에 오르고, 1980년대에는 고도 경제성장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돌파하여 선진국에 진입하게 되었다. 여러 요소가 있었겠지만 선배들의 희생으로 지금 부강한 나라에 살고 있다.

2010년 1년간은 인도네시아 전국을 돌면서 대학에서 강연을 하였다. 그때에는 늘 아내가 동행을 하였다. 대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에게 2시간 가까운 강연을 진행하였다. 영어로 진행하는 강연으로 소통에 어려움이 클 것이지만 그래도 외국인의 강연이라서 그러한지 몰입하여 주는 청중들에게 고마웠다. 강연을 마치면서 강연에 집중하고 활발하게 질의 응답하여 준데 대한 감사로서 아내의 노래를 선물하겠다고 하면 박수가 터져 나온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내가 무대에 오르고 준비한 컴퓨터의 음원을 바탕으로 하여 ‘아리랑’을 열창한다. 대한민국의 아리랑에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고, 지루할 수 있는 강연은 자연스럽게 성공적인 모습으로 마무리 된다. 다투어 사진을 같이 찍자고 나서기도 하여 강연이 잘된 것인지 노래가 좋은 것인지가 헷갈리기도 하지만 어딜 가나 아리랑은 우리나라를 나타내는 음악임에 분명하다. 우리 민족의 한(限)이 서려있고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민요가 아리랑이다. 때론 외롭고 따분한 해외 생활에서도 아리랑을 들으면서 향수병을 해소하기도 하였다.

태국에서 연말 휴가를 보내고 6시간의 비행으로 부산 상공에 도착하였을 때가 금년 1월 1일의 새벽이었다. 비행기의 창문을 통하여 서서히 얼굴을 내미는 일출 광경을 보면서 불과 보름만의 귀국인데도 형언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받았다. 스마트 폰을 창에 바짝 대고는 그 광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지인들에게 새해인사와 조국(祖國)에서의 2020년 첫날의 일출을 전송하였다. 그렇게 올해의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을 가졌다.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태양이다. 그리고 매일 아침에 뜨는 태양이다. 그러나 귀국길에서 보는 우리나라 상공의 새해 첫날의 일출은 달랐다.

오늘은 선배들의 희생의 대가로 존재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대우 받으면서 강연하고 박수도 받았다. 현충일에 생각하는 우리의 나라, 그 대한민국에 나는 기대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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