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1980년대 대학의 모습은 각종 데모의 연속이었다. 학생들은 데모로 인하여 경찰에 연행되고 교수님들은 경찰에서 학생을 인계받는 일이 반복되었다. 학생 지도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서명을 하면 학생을 교수님에게 인계하여 주었다. 그 일이 곤혹스럽기도 하고, 데리고 온 학생이 다시 데모에 나서는 악순환을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되었다. 나는 학과 조교로서 교수님들의 경찰서 방문에 동행하기도 하고, 우리 학과 학생들이 데모대에 휩쓸리지 않게 대로변이나 관공서 앞길의 데모대를 따라 다녔다. 최루탄이 터지면 그 가스의 고통은 매우 크다. 콧물이 나고 눈이 따갑고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데모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데모를 하였다. 마스크가 좋은 점은 최루가스로부터 보호도 있지만 신분이 쉽게 노출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그러나 경찰이 연행할 때에는 마스크 쓴 사람만 연행하였다. 그 후에도 다양한 데모가 꽤 있었는데, 그때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대부분 데모 가담자이기 때문에 연행되기가 일쑤이며, 마스크로 인하여 엉뚱한 사람이 고초를 겪는 경우도 있었다. 마스크는 데모대의 대명사처럼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마스크 구입 전쟁이 벌어졌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마스크 공급 차질에 대하여 사과하고, 공적 공급망도 갖추게 되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하여 약국 앞에 줄서기를 하기도 하고, 국가 차원에서 5부제까지 실시하였다. 국가 간에 마스크 수출을 규제하거나 무역 분쟁의 소지까지 생겼다. 집에서 외출할 때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여야 한다. 마스크 쓰지 않는 사람은 출입을 금지하는 식당과 공공장소가 많이 생기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탑승할 수 없게 되었다. 마스크가 데모대의 상징처럼 되었던 것이 이제는 사회의 기본 예의가 되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새로운 대인관계가 되었다. 밀착된 악수나 포옹도 금기시되고 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사회 환경이 우리들의 생활 양태를 바꾸기 시작하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였던 마스크 쓰기가 이제는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필수품이 되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 환경의 변화와 국제 사회의 처방도 향후 새로운 조류를 형성할 것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국제 공조와 대처를 제도적으로 정립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총칼로써 막을 수 없이 국경을 넘나들고 눈에 보이지 않게 인류를 감염시켜 불안 속으로 들어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계가 질병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라는 교훈을 얻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방역 체계에 대하여 찬사를 보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국에 진출하였고 우리나라의 방역체계인 ‘K 방역’이 세계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WHO 차기 수장을 우리나라 사람이 맡아야 할 것이라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방역과 백신 개발에서도 세계 의학 기술을 주도하는 선진국이 되는 계기가 되길 진실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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