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길을 감출 것이다
감출 것은 길만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사실의 완벽한 집중
빨갛고 거대한 슬픔을 만들어서
실종된 줄 알았던 그 시간도 찾아와 울게 할 것이다

겹친 꽃잎 속에 사린 나선형의 약속
드러내기로 한 실체가 서서히 피기 시작할

꽃은 원래 그동안
수많은 배반을 반복하고도
다시 올 날을 기다리게 하는 낭만적 반어이다

그런 이법理法으로
앞서 걸어가는 나에게 화장수 같은 투정을 뿌려
황급히 돌아본 얼굴을 자꾸만 적신다

나는 그 속에 갇힌 혼연한 중독자
꽃잎 여는 시간에 뛰어든 정인
울어도 우는 만큼 꽃이 되는 꽃인 것을

정소란(시인)

한산도에서 출생하여
월간 조선문학으로 등단,
현재 죽림에서 꽃집을 하며
시를 쓰고 있다.

 

저작권자 © 통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