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보건소에서 치매 검사를 받으라고 연락이 왔다. 65세 넘은 사람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치매검사를 하여 준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행정복지센터 이 층에 임시로 마련된 곳에는 보건소 여직원 앞에 노인 몇 분이 앉아 있고 나도 그곳에 줄지어 앉았다. 앞에서 검사받는 내용을 어깨 너머로 보면서 나에게 부과될 문제에 대하여 살짝 살짝 보기도 하면서 수험생의 자세로 기다렸다. “할아버님! 이쪽으로 앉으세요.” 하면서 직원은 공손히 나의 손을 잡아 주고는 주소와 나이 등을 물어 보았다. 별로 어렵지 않은 문제였다. 다음은 기억력 시험에 들어갔다. 조금 전에 보았던 그림을 다시 찾아내는 것인데 이것도 잘 되었다. “일백에서 칠을 빼면 얼마지요?” “구십삼입니다.” “그럼 구십삼에서 칠을 빼면 얼마 있지요?” “팔십육입니다.” 그러고도 계속 칠을 빼는 암산을 하는데, 몇 번을 하고 보니, 바로 계산이 되지 않았다. 나는 멋쩍게 군담을 하였다. “계산은 스마트 폰으로 하면 간단한데요!” 직원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치매가 아니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근육통에 붙이는 파스 한 통을 선물로 받고 그곳을 나왔다. 치매 검사에는 합격을 하였지만 계산 암기력에는 다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아직도 남아 있다.

지난 년 초에는 동창 모임에 참석하기 위하여 혼자 서울 나들이를 하였다. 이왕 서울에 왔으니, 말로만 듣던 경로 우대 무료 지하철을 타 보기로 하였다. 강남고속버스 지하철역 2호선 승차권 발매기 옆에 무료승차권에 대한 안내문을 읽었다. 조금은 복잡하기도 하고, 주변의 사람들의 눈치도 보였다. 발매기에 보니 목적지를 누르고 승차권 발권 버튼을 누르면 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잘 처리가 되지 않았다. 주민등록증을 내어서 발권기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나타났다. 무료승차권을 끊으려고 하느냐고 물어 왔다. 그렇다고 하니 1,000원 짜리 하나가 있으면 달라고 하였다, 능숙하게 1,000원을 넣고는 무료승차권을 나에게 쥐어 주었다. 그리고 입구에 승차권을 넣으면 탑승이 가능하고 내리는 역의 발권기에 승차권을 넣으면 5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하여 주었다. 그리고는 “나도 무료승차권을 받아야 하는데, 남은 이 오백 원을 나에게 주면 어떻겠소?” 하였다. 나는 “서울 가면 코 베어 간다 하던데 정말이네요” 라고 말하고는 내키지 않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할아버지는 묘한 미소를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났다. 무식하기에 짝이 없어 보이는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또한 새로운 서울의 풍경을 보는 농촌 노인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하였다.

세상살이에는 배워야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지금은 초보 노인으로서 배워야 하는 것을 챙기고, 새로운 사회 환경도 익혀야 무난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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