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논개고개의 서낭당 벅수

경상남도 통영시 명정동 ‘논개고개(畓浦峴)’는 통제영(1605)이 세워지기 훨씬 이전부터 주민들이 넘어다니던 고개였다. 지금의 문화동 주변인 두룡포로 오고가려면 북신만(‘똥섬’ 앞바다)을 건너서 여황산의 ‘논개고개(明井고개)’를 넘어야만 했다. 옛 기록에는 ‘통제영’이 선 ‘두룡포’를 “소금기가 너무 많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포구의 언덕”으로 되어 있다.

옛 사람들은 통제영의 원문성이 있는 ‘마구촌’과 ‘애조원’의 해안에서, 나룻배를 타고 북신만을 건넌 다음 명정고갯길을 넘어 두룡포로 갔다. 이 명정고개 중간의 갈림길에 있는 옛 서낭당 터에는 임진왜란(1592-1598) 때 세웠다고 알려진 돌 벅수(法首) 한 쌍과 봉화대 역할을 하던, ‘돌탑(石積)’이 함께 서로 마주보고 세워져 있었다.

가슴에 ‘명문(銘文)’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 돌 벅수는 1600년 무렵에 만들어진, 오래된 작품으로 보인다. 세병관 지과문에 있는 돌 벅수와는 서로 닮았다.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있는 형상 부서져 사라지고 흔적만 남아 있다. 아래 쪽의 바닥에는 둥근 구멍이 뚫려 있어 ‘깃발(軍旗)’을 꽂는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웃인 ‘국립진주박물관’과 경기도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 뜨락에도 꼭 닮은 벅수가 있다.

​1970년 즈음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돌 벅수 중의 한 개(基)는 불행한 사고를 당했다. 길을 넓히는 공사를 하면서 굴착기에 의하여 무참하게 땅속에 묻혀버린 것이다. 1993년 뒤늦게나마 발굴했지만, 얼굴 부분은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다. 할수없이 통영시는 볼품없는 복제품을 만들어 다시 세웠다.

통영 지역의 벅수들은 주로 숙종 27년(1701) 제76대 류성추 통제사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논개고개 서낭당에 세워진 벅수는, 그 모양새와 낡아 있는 상태로 보아, 1600년을 전후한 임진왜란 무렵에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옛 부터 아들 낳기를 원하거나 임신중절을 원하는 부녀자들에 의하여 벅수의 얼굴은 무참하게 갈(砑)려지고, 으깨어졌다. 눈, 코, 입의 형체는 완벽하게 갈려져 사라졌다.

통영지역 주변 돌 벅수들의 특징이다.

▲ 원래의 자리에서 옆으로 옮겨진 당포마을의 수호신 돌 ‘벅시’.

삼덕리 당포 벅수

산양읍 삼덕리 당포의 벅수가 언제 세워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당포 벅수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재앙과 역병을 막아주는 ‘신격’으로 모셔져 왔다. 마을 사람들은 할배, 할매 벅시(벅수)에게 온갖 정성을 드리지 않으면 재앙과 고통을 당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 벅수는 본디 배를 묶어두는 ‘배맷돌(繋船柱)’의 역할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래 전 마을 앞의 작은 섬 ‘곤리’에는 전염병인 콜레라가 심하게 돌아 큰 피해를 주었지만 당포마을은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게 다 마을의 수호신인 ‘벅시(法首)’를 잘 모셨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 노인 어른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벅수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 없다. 단순한 미신 정도로만 여기고 있다. 더구나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다른 고장에서 살다가 이사를 온 사람들이니 더 그럴밖에.

매년 모시는 ‘벅수제(法首祭, 洞祭)’는 제관에게 주어지는 금기 사항이 너무나 까다롭고 엄격하여, 지금은 절집의 스님이 제관을 담당하고 있다. 대체로 개인적인 벅수신앙의 명맥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편이다.

마을 어른들이나 부녀자들은, 지금도 믿음을 가지고 있어 집안에 복잡한 일이나 위급한 환자가 생기면, 먼저 벅수를 찾아와 정성을 드린다.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들도 고기가 잘 잡히지 않을 때에는 벅수에게 고사를 지낸다. 그러면 사고도 없고,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벅수의 눈을 갈아 마시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속설 때문에 벅수의 눈은 많이 마모되어 있다. 당포마을의 수호신 ‘벅시’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빌고 아들 낳기를 빌기 위하여, 지금도 매년 제사가 모셔지고 있다. 제사 때는 ‘축문’은 없지만 ‘소지’는 올린다.

2005년까지는 ‘개(犬)’를 잡아 제사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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