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저축은행 송천 박명용 회장은 통영에서 나고자라 통영에서 자수성가한 중견기업인이다. 40년 전 쌀 한 가마니로 시작한 그의 선행은 매년 1억 원 이상의 기부와 후원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수십억 원이다.
특히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아 2015년에 ‘통영예술인상’을 제정, 해마다 6천만원의 상금을 출연하고 있으며, 올해 4월에는 ‘송천박명용 예술장학재단’을 설립, 47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예술가를 꿈꾸는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시작했다.
경로당 부지 기증을 비롯한 각종 민간단체 기부와 후원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이 시는 박명용 회장이 희사한 건물로 통영예총이 이사해 들어가는 날, 그간의 기부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통영 예술인을 대신해 지은 헌시다.

정소란 시인/한빛문학관 상주작가

오래전 조흥의 역사 앞에서

송천의 가슴에 오래도록 뜨거워질 해를 띄웠습니다

또렷하게 보이는 평생의 공적만이 아니더라도

무사히 겨울을 넘긴 초아의 강한 뿌리

당신은 그 뿌리의 중심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당신은

길이 이어질 이순신의 얼과 반평생의 동반으로

명명백백한 위민의 정신을 각인하였습니다

정도경영의 철학으로 일군 불멸의 업적으로

얼굴도 일그러지던 가난을 밀어 버렸습니다

당신은 낟알의 쌀을 나누고

주리고 서러운 어린 박명용을 그렇게 키워왔습니다

강구의 시간도 잠시 멈추고

일렁이던 잔물도 수면을 고를 때

곳곳에 뿌린 선연善緣의 바람이

눈을 달고 당신 앞에 서면

예향의 첫 집으로 늠름히 들어섭니다

당신이 그 첫 집입니다.

오랜 세월은 흘렀지만 어린 박명용의

열어 두었던 가슴이 다시 서늘해졌는지요.

당신의 온유한 걸음이 있었기에

예술의 씨앗이 하얗게 뿌리를 내리고

어느새 까만 열매로 익어가는 이곳

당신의 희사喜捨로 술렁이는 여기 너른 마당이

어쩌면 통영의 구심점이 되어 가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사업의 꿈을 이루어 돈을 벌어서 반드시 사정이 절실한 사람을 도와 주겠다.

나와 같이 가난하고 부모없는 서러움으로 배우지 못하는 이가 없어야 할 것이다’

송천이시여!

금석의 명문조차 부끄러워 지는

이런 명문名文은 어디서 구하였습니까

평생의 낡고 가벼운 당신의 기부장에

비로소 무엇이 새겨졌고

무엇을 받아 적었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입술을 깨물어 적어두었던 그 비망록備忘錄이

어린 박명용의 야위고 서러운 발목을

시린 길 위에서 감싸주었던 손이 되어 주었습니다

좀 더 참답고 겸손하기를 당부하던 송천이시여!

그 마음같이 드러난 아름다운 수상자들의

눈 밑은 붉어졌습니다

통영의 곳곳에 꽃부리가 되고도

아직도 심장이 뜨거운 창작자를 찾는

호흡은 새벽처럼 맑아지고 인정깊은 걸음으로

짧은 하루에 선 당신의

정갈한 손으로 나누었던 사물에서

귀하게 얻은 동백꽃물 향이 납니다

통영의 가장 꽃다운 향방을 누군가 물어온다면

그이 팔을 끼고 고유의 맑은 당신에게 가겠습니다

심박한 송천의 마음은 여린 이웃과 이념이 되었습니다

여기 수국 땅의 구수한 흙내가 나는 송천이시여!

상생의 손을 내밀어 원없는 소통의 마중물이 기꺼이 되고도

또 어느 한 사람의 이정표가 되실건지요.

한자락 콧노래로 도천의 탯자리로 너울너울 가시는 걸음앞에

문화는 윤기나는 박석으로 정갈히 깔렸고

예술이 꽃잎처럼 온통 가득합니다.
 

2019.6.26

통영예총 사무실 이전 개관식 날

송천 박명용 님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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