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벽(The Gum wall|)

세계에서 가장 불결한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시애틀 껌벽
세계에서 가장 불결한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시애틀 껌벽

시애틀에는 세계에서 가장 불결한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껌 벽이 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씹던 껌을 벽에 붙여놓은 장소다.

미국 매사추세츠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가 발표한 지구상에서 가장 불결한 관광명소 리스트 1위에 아일랜드의 블래니 스톤(Blarney Stone)이 있다. 그리고 2위에 시애틀의 껌 벽이 있다. 그러나 약 100만 개가 넘는 껌들로 이루어진 이 벽 장식은 각종 메시지와 함께 다양한 모양의 형상을 포함하고 있어 오늘날 오히려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었다.

껌 벽은 시애틀 재래시장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해안가로 내려가는 좁은 골목인 포스트 알리(Post Alley)에 있다. 1990년대 초 인근 극장(Theater)의 입장 시간을 기다리던 관람객들이 심심풀이로 씹던 껌을 벽에 붙이기 시작하면서 유래했다. 이후로 수많은 방문객과 관람객이 껌을 붙이는 전통이 이어지면서 오늘날 이곳은 ‘포스트 알리의 벽’ 일명 ‘껌 벽’으로 부르게 되었다.

한때 이곳은 심한 악취와 함께 위생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2015년 11월, 관리 당국이 도시 미관과 위생상의 문제를 거론하며 24년 만에 대대적인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벽에 붙어있던 껌은 약 1톤가량으로 모조리 제거되었다. 그러나 껌 제거 작업이 끝난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사람들이 다시 자발적으로 벽에 껌을 붙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이전 모습 그대로 껌 벽이 부활하면서 이곳은 시애틀의 이색관광 명소로 알려지며 방문객들의 인생 사진 촬영장소가 되었다.

이곳의 벽돌 하나에는 무려 150개가 넘는 껌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껌 벽에는 껌 외에도 각 나라의 동전과 사진, 명함, 기념물이 붙어있다. 껌 벽을 찾는 방문객들은 사전에 다양한 색상의 껌을 싸서 씹고는 이곳의 벽에 자신만의 색깔과 모양으로 붙인다. 고무찰흙처럼 알록달록한 작은 덩어리들이 사방 벽면을 가득 채우며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시애틀의 껌 벽은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관광지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시애틀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예술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예술과 창의력이 자유로이 표현되는 공간, 도시의 창의력과 개성이 모여있는 공간으로 말이다.
 

시애틀 껌벽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자 이렇게 안내판까지 설치
시애틀 껌벽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자 이렇게 안내판까지 설치

이 공간에는 항상 사람들이 북적인다. 자신만의 껌을 붙이고 인증 사진을 남긴다. 사실 이 골목을 들어섰을 때 깜짝 놀랐다. 껌 벽에 대한 사전 정보는 있었지만, 골목 안 건물 벽 전체에 붙어 있는 엄청난 양의 껌이 기이하고 독특하면서도 동시에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특이한 것은 사람들의 키 높이를 훌쩍 넘는 높은 위치에까지 껌이 붙어져 있어서 도대체 사다리를 타고 껌을 붙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간대를 피해서 늦은 저녁 이곳을 방문했는데, 어두침침한 골목 특유의 답답함과 탁한 공기가 어우러져 서둘러 골목길을 내려가 부두로 향했다.

시애틀의 겨울 날씨는 그다지 춥지 않다. 선선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언덕 아래로 내려가니 시애틀의 항구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곳에는 시애틀의 명물 대관람차가 겨울 바다에 우뚝 서 있었다. 시애틀은 독특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도시다. 시애틀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많은 사람이 대관람차를 추천한다. 일몰 시간대에 맞추어 대관람차에 올라타면 황금빛으로 물든 시애틀의 항구와 스카이라인을 그림 같은 풍경으로 마주하게 된다.
 

시애틀 워터 프린트 공원의 대관람차
시애틀 워터 프린트 공원의 대관람차

시애틀의 겨울밤 대관람차가 있는 부두에서 낯선 도시의 이색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어 그곳의 밤거리를 서성였다. 그리고 통영의 바다를 떠올렸다. 통영의 작은 항구에도 이 거대한 구조물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늦은 밤 숙소로 돌아와 시애틀 항구의 풍경과 느낌을 글로 썼다. 호텔 창문을 통해 캄캄하게 들어오는 깊어 가는 시애틀 밤의 한가운데에서.
 

시애틀 파이어니어 스퀘어 스미스 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 시애틀 본 시가지 모습
시애틀 파이어니어 스퀘어 스미스 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 시애틀 본 시가지 모습

도시와 문화는 상호 작용을 통해 발전해 나간다. 도시의 문화는 도시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고, 그곳에서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나아가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도시의 매력을 성장시킨다. 나는 여행을 통해 세상의 풍요로움을 경험하고 매번 글로 남긴다. 그곳에서 나 또한 성장 중이다.

이방인의 산책은 다음 주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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