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및 국립무형유산원 주관으로 전국 곳곳에서 국가무형유산 공연 및 시연 행사가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인간문화재’라고도 불리는 통영의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들도 통영, 서울, 부산에서 전시 및 공연 행사를 가졌다.

먼저 지난 1~3일에는 부산 영도구 소재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장철영 나전장 시연에, 9일에는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정영만 명인의 남해안별신굿 공개 행사에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오는 29~31일에는 통제영에서 추용호 소반장,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장철영 나전장의 행사가 열린다.

의문스러운 부분은,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의 전국적인 행보를 통영시도 지역공공문화재단(통영한산대첩문화재단)도 시민들에게 홍보 및 안내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보유자 명인들의 행사 홍보를 몰라서 하지 않았다면 문제고, 알고서도 하지 않았다면 더 문제다.

혹시 문화재청 사업이라서 통영시나 재단하고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라면, 그런 마인드로 무슨 문화도시 운운이냐고 반문하고 싶다.

통영시나 문화재단의 사전 홍보와 시민에게 정보 공유조차 없는 마당에, 인간문화재 행사 현장 지원은 언감생심이다. 짐 나르기부터 온갖 자질구레한 일들까지 보유자와 가족 친지들이 해야 한다.

통영 한가운데 통제영 12공방 백화당에서 열려 온 무형유산 보유자 공개 시연은 지자체와 재단의 인간문화재 홀대를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하다.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의 시연 행사를 그 제자들 격인 이수자 및 전수자의 경우와 차별화 하지 않고 진행하는 탓에, 오히려 통영이 보유한 ‘인간문화재’의 품격을 더 떨어뜨리고 명인들의 자부심을 깎아버리는 모습이 되어 왔다.

통영의 명인들은 지자체 행정과 재단이 예산 지원 권한의 ‘갑’ 마인드를 버리지 않고서는, 통영 문화예술 행정에 기대할 바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는 해당 분야에서 그야말로 최고 경지의 명인이다. 인구 11만대의 지방중소도시에서 통영만큼 다양한 분야의 보유자가 있는 곳도 드물다고 한다.

그래서 통영은 국가무형유산 보유자가 만만하고 쉬워 보이는 걸까.

통영시는 통제영 12공방을 계승한 공예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대상지에 선정되었고, 전통공예 기반 공예·디자인·메이커스 클러스터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난 4일 출범한 ‘문화도시추진위원회’에도 전현직 공직자들은 참 많이도 보이는데, 정작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들은 위원회에도 없고 고문이나 자문위원으로 초빙했다는 이야기도 없다.

이 또한 오늘날 통영 문화예술행정의 마인드를 드러내는 사례다. 통제영 12공방 전통공예 기반 문화도시 사업이라는데, 통영의 공예 명인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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