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부흥하나, 청교도적 도덕은 후퇴한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검은돈으로 그럭저럭 부자가 된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다.

상류사회인 이스트에그의 초록색 불빛을 향해 손을 뻗는 웨스트에그 신흥 부자 개츠비는 은처럼 영광스럽게 빛을 발하는 데이지를 맹목적으로 욕망한다. 이는 부와 사회적 인정에 끝없이 목마른 우리를 형상화한다.

“도시의 하늘 위로 줄지어 있는 창문들은, 조금씩 어둠이 내리는 길을 걷다가 우연히 고개를 든 사람에게 나름대로 인간의 비밀을 속삭여 주었음에 틀림없다. 어떤 비밀일까 호기심에 위쪽을 올려다보는 사람을 나도 내다보았다. 한없이 변화무쌍한 삶에 매혹당하기도 하고 혐오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나는 집안에 있으면서도 집 밖에도 있는 기분이었다.”

피츠제럴드는 소설 속 화자인 닉의 시선을 통해 자신이 느낀 사회에 대한 환멸을 투영한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각자의 삶 안에 있으면서, 밖에 있게 된다.

닉은 개츠비의 몰락 이후에도, 개츠비의 존재 의미를 옹호한다. 이는 사회적인 평가와 무관하게 뚜렷한 성과를 이룬 인간의 노고는 위대한 게 아니냐고 묻는 듯하다. 이런 작가의 고백은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아스라한 빛을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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