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나전과 옻칠을 만나다》 展

박은희(인문학교육강사)

현재와 과거의 만남은 시간을 역학적으로 당기는 묘한 비물리적인 매력이 있다. 그것이 바로 통영에서 만나는 《통영! 나전과 옻칠을 만나다》 展이다.

한때는 흥했고 또 사향사업이라 치부하던 나전.

존재하듯 부재했고 부재한 듯 존재의 명맥을 이어오던 시절을 뛰어넘어 현대적 감각으로 움트고 있는 작품들이 나전의 고장 통영에서 깃을 펼쳐 비상하려 한다.

유작품과 현시대의 작품이 공존하는 전시장에서는 눈이 호사했다.

이 아름다움을 어찌하리. 보게 되어 행복했다. 감동이다.

“통영이여 나전이여 영원히 빛나라”고 말을 살포시 내려놓고 가시기도 하고, 방명록에 흔쾌히 이름을 남겨놓고 가시기도 한다.

통영 여행 온 길 이거 안 보고 갔으면 어쩔 뻔했냐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다. 여전히.

이번 전시는 근대황실공예문화협회 이칠용 회장님께서 통영의 나전시대를 재발현하기를 원하시는 간절한 마음에 어려운 여러 상황을 해결하시면서 진행하셨다.

지난달 어느 날 저녁, 이칠용 회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박선생, 거기 내려가 있으니 전시 책임 맡아 줄 수 있지? 맡아줘.”

고향에서 하는 일이고 회장님 일이라 거절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전화를 끊는 그 순간부터 전시는 시작된 것이다.

법고의 전통이 이어지지 못할 두려움과 창신의 신선함으로 활기를 띠는 수도권의 작품들이 모여 법고창신의 진면목을 보여주자는 고견이 이번 전시를 만들어 냈다. 통영 시민문화의 산실인 시민문화회관 대전시실에서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또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작품으로는 나전의 딱딱한 원패의 성질을 가죽이나 천처럼 제작하고자 십 년 넘게 연구하신 결과품들이 있다. 지방에서 직접 접할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다. 구두, 핸드백, 팔찌, 한복 등 제작자의 배려로 공정 중 중요한 과정을 만져볼 수 있도록 비치해 두었다. 관람객의 탄사가 중간중간 흐른다.

나전의 고장 통영의 위상도 높이는 계기도 되지만, 앞으로 통영의 나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도 갖는다. 이번 전시는 한산대첩축제 시기에 곧 이어 전시될 통영 나전만의 특징과 비교감상할 수 있는 좋은 변환점과 더불어 시발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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