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한 시간이 공예도시를 만든다

청주를 공예도시로 만든 공예비엔날레

지난달 17일, 청주시는 40일 간의 대장정을 끝으로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막을 내리면서 ‘공예도시 청주 선언’을 발표했다. 비엔날레 22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청주의 공예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공예도시 청주의 비전과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비전이다. 청주시는 “전통적 공예과 동시대 공예의 조화로운 진화를 통한 미래 공예를 선도하고, 전문 공예인의 역량 지원과 시민의 공예적 삶을 연결해 공예로 생동하는 도시를 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19에 문화행사와 축제가 속속 취소되는 가운데서도 청주시는 전 세계 32개국에서 309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비엔날레를 열어 수준급 전시 구성과 작품의 예술성, 화제성으로 연일 국내외 공예 관련 전문가들의 주목과 찬사를 얻었다. 대다수 작가가 방문하지 못한 데다 하루 1500명의 입장 제한에도, 현장 관람객은 3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청주시는 공예연구소 설립, 공예 전문기관 유치, (가칭)공예전문학교 창설, 공예도시회의 개최 등의 과제 추진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공예의 본질과 정체성이라는 구심력을 든든히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비엔날레 11회의 역사를 통해 청주는 확실하게 공예도시로 자리매김했다.


22년 발걸음, 똑바르기만 했던 건 아니다

청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금속활자인 직지심경을 갖고 있는 흥덕사가 있는 도시다. 직지심경으로부터 금속공예의 역사를 찾고,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낸 쓸모있는 모든 것’으로 공예를 정의하고, 모든 공예의 영역을 포함하는 전람회로 공예비엔날레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청주 공예비엔날레가 처음부터 이런 성과를 냈던 것은 아니다. 청주가 공예비엔날레를 시작했던 22년 전, 사람들은 “청주에 뭐가 있어? 장인들이 많아?” 하면서 공예 행사의 근간을 궁금해했다.

초기에는 지역 예술가들의 반발도 많았다. ‘청주=공예’라는 공식이 없었던 때에 비엔날레를 시작했기 때문에 왜 공예만 지원하느냐는 반발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반발은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공예 비엔날레 속에 다른 미술 분야를 포함시키고 싶은 유혹도 상종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비엔날레 본전시장은 공예에 충실하고 인근 다른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나름의 전시를 하는 형식으로 조율하게 되었다.

전시회를 소개하기 위한 쇼와 먹거리가 본질을 잠식한 때도 있었다. “사람이 와야 하니 공연을 하자”, “먹어야 하니 시장을 벌이자” 하는 요구는 흥행을 위한 필연적인 주문처럼 뒤따랐다. 시 행정에서는 사람이 북적이는 모습을 성과로 여기기도 했지만, 그것은 분명히 주객이 전도된 행사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예 없는 공예비엔날레’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은 오랜 경험을 통해 도출된 것이다. 2019년의 비엔날레는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이벤트를 모두 빼버렸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를 다 아우르는 행사를 하려는 욕심을 덜어내고 전시에 충실하자, 오히려 축제에 가려졌던 전시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는 티켓 링크에서 일간, 주간, 월간, 연간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면서 ‘기다리는 비엔날레’로서의 자리매김을 확실히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죠.”

청주비엔날레 관계자는 22년 역사가 가장 큰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말한다. 한 번 하고 그만두지 않을까, 시장이 바뀌면 못하게 되지 않을까 했던 우려들이, 정권이 바뀌고 시장이 바뀌는 가운데서도 회를 거듭하자 ‘청주=공예’의 공식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많은 통영은 청주보다 더 좋은 바탕 위에 서 있다. 만약 통영에서 ‘공예비엔날레를 하겠다’고 한다면, “왜 통영이 공예를 말하는데?” 할 사람이 있을까? 오히려 “그렇지, 통영은 공예지.” 할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인근 진주시는 2019년 ‘공예 및 민속예술 분야의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선정된 것을 발판으로, 지난 4일부터 오는 21일까지 ‘2021년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한다. 전통공예라면 전국 어디에 내놔도 빠질 것 없는 통영시지만, 인근 도시들의 도약에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모양새다.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 매여 과거의 부흥만을 회상할 수는 없다. 오늘의 통영, 오늘의 통영 공예정책을 되짚어 보아야 할 때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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