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공예의 오늘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 등장한 조대용 선생의 대발작품(ⓒ넷플릭스)

무형문화재 기능분야, 소멸이 코앞이다

통영은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인간문화재를 보유했으며, 기능과 예능의 발전에 기대 문화를 형성해 왔다. 그러기에 전통공예 산업을 지키는 것은 통영시의 숙명 같은 과제다.

하지만 과거의 인적 자원은 아이러니하게도 통영의 발목을 잡아 왔다. 너무 많은 인간문화재를 보유한 탓에 ‘모두’를 지원하지 않으면 ‘아무도’ 지원할 수 없는 딜레마 속에 있기 때문이다. 시는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고 하지만, 보유자들은 타도시 한두 명에 집중돼 있는 지원에 비해 적은 관심과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더 나은 작업 환경을 찾아 떠나간 보유자와 장인도 적지 않다. 보유자를 놓고 볼 때, 남해안별신굿, 승전무 등 예능분야는 보존회라도 있고 전수자들이 있어 상대적으로 낫지만, 기능분야는 10년이 안 돼 소멸할 위기다.

염장 조대용 선생의 딸은 창원에서 활동 중이며, 갓 정춘모 선생과 그 아들도 서울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한다. 소반 추용호 선생은 작업실 하나 없어 제대로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소목장 김금철 전수조교와 나전 박재성 선생은 현재 문화재 평가 중이지만 이미 70대의 고령이다. 무형문화재가 없어질 위기에 있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기능 전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조대용 선생의 경우, 해마다 통영문화원에서 대발 수업을 하고 있지만 굵은 발을 사용하는 초급반의 수업만 반복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탐내던 조대용 선생의 진짜 기술은 옛날 궁궐에서 사용되던 정교한 대발이지만, 이를 배울 만한 사람도 과정도 없는 형편이다.

이에 비하면 통영시가 10년 전에 야심차게 시작해 이어온 나전칠기교실은 훨씬 좋은 성과를 내왔다. 1951년 통영에 설치되었던 경남도립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의 전통을 이어받아, 전문공예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만큼 눈에 띄는 졸업생도 배출했다.

나전칠기교실의 단면을 살펴보는 것은 통영 전통공예전승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12월 11일 마지막으로 열린 나전칠기교실 졸업 전시회.<br>
2018년 12월 11일 마지막으로 열린 나전칠기교실 졸업 전시회.

나전칠기교실을 통해 본 통영 공예

나전칠기라는 분야는 그 과정의 난이도와 특수성 때문에 중도하차하는 비율이 높은 수밖에 없다. 체질상 옻이 오르는 사람,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지난한 과정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끝까지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생산성이 있어서 미래를 위해 기술을 배웠지만, 지금은 생산성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10~20퍼센트의 졸업생이 공방을 차리거나 작품활동을 한다면 성공적인 교실운영이라고 할 만하다.

2011년 3년 과정으로 시작한 나전칠기교실은 2013년에 3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2기 5명, 3기 1명, 4기 7명, 5기 2명, 6기 1명 등 전체 3년 과정 수료생은 19명이다. 이중 1기 천기영, 유정희 작가, 2기 신미선, 백혜선, 허윤정 작가와 4기 옥현숙 작가는 자신의 이름으로 공방을 내거나 각종 공예품대전에서 수상을 하며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2019년에 불거진 문제로 나전칠기교실은 공무원의 기피부서가 되었고, 2020년에는 아예 문을 열지도 못했으며, 올해는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수업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19와 한산대첩문화재단으로의 이전 등이지만, 말못할 속사정은 따로 있다.

2019년 나전칠기교실은 전에 없이 젊은 공방운영자들을 영입하며 힘찬 출발을 했다. 그러나 두 달이 채 못가 담당 공무원이 질책성 인사로 타부서 발령이 나고, 서로의 말에 치인 교육생들이 우수수 교육을 포기하면서 졸업작품 전시회도 못 열었다. 제대로 된 작품 하나 만들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코로나19는 차라리 고마운 핑계거리가 되었다.

문제의 발단은 담당공무원이 전에 없이 열의를 보인 데서 시작했다. 그해 새롭게 담당을 하게 된 M공무원은 일일이 가죽공방이나 금속공방을 찾아다니며 교육생을 모집했다. 원래의 공방 기술에 나전칠기를 접목하여 새로운 통영 공예를 모색하자는 시도였다. 이런 열의에 힘입어 모처럼 9기 나전칠기교실은 젊은 공방지기들을 다수 포함해 10명의 정원을 다 채웠다.

하지만 좁은 나전칠기전수관에서 중급반 5명, 고급반 2명과 같이 수업을 해야 하는 환경은 열악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나전칠기교실은 담당 공무원의 잦은 이동으로 재료관리 등이 소홀한 분위기였는데, M공무원은 함께 교육에 참여해 작품을 만들면서 물품관리를 했다. 자유롭게 재료를 사용해오던 중‧고급반의 반발이 컸다. 중급반 교육생이 주동이 되어 “공무원이 교육에 참가해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문제를 시장에게 진정하기에 이르렀고, 통영시는 담당공무원을 타부서로 이동시키는 선에서 문제를 무마시켰다.

그러나 교육생간의 다툼은 계속 이어졌다. 한편에서는 “M공무원에게 과실이 있었으니 부서이동이 된 것”이라고 했고, 한편에서는 “재료를 교육 외의 용도로 사용해온 관행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꼭 이 문제뿐 아니라 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삭막해졌다고 한다. 희망찬 마음으로 입학식을 했던 9기 생 대부분이 과정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기피부서가 된 나전칠기교실은 2020년 아예 문을 닫았고, 올해는 한산대첩문화재단으로 이관되어 ‘졸업생’만을 교육생으로 모집, 두세 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나전칠기교실의 표류는 통영 공예정책의 표류를 대변한다. 이에 대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다음 주에는 통영 공예인과 전문가들의 혜안을 중심으로 통영 공예가 나아갈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힘차게 시작했던 2019년 나전칠기교실.<br>
힘차게 시작했던 2019년 나전칠기교실.
2기 졸업생 허윤정, 백혜연은 지향공방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2기 졸업생 허윤정, 백혜연은 지향공방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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