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은 달 대신 빛나겠습니다.
밤하늘 보다 아주 가까이
만져도 차갑지 않은
그런 달로 뜨겠습니다.

보고 싶다면 우울한 눈을 떠세요
앞에 두고 품고 싶다면
달뜨는 시간에 부디 늦지 마세요
여름밤은 잠드는 온도가 좋아서
기다리는 일은 오래하지 못해요

혼란한 그림자로 엉킨 이들이
라임색 달빛을 훔칠지 모르니
바람 같은 숨소리로 놓쳐버린 달은
이미 이지러져 엎드려 있을 테니

다행히 그때라도 여름이 남아있다면
먹구름 걷힌 꽃에 얼굴을 묻어
둥근 달로 다시 뜨겠습니다


* 나무수국 : 라임라이트, 목수국, 여름수국의 별칭이 있다. 여름에 피지만 추위에 강하며, 꽃송이가 크고 예쁜 것에 비해 의외로 냉정, 무정, 오만의 꽃말을 가지고 있다.

정소란(시인)

정소란 시인 (1970년 통영출생)
-2003년 월간 ‘조선문학’ 등단
-2019년 시집 (달을 품다) 출간
현재 시인의꽃집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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