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란 시인

정소란 시인

통영은 인구에 비례하여 문화예술인과 예술단체가 가장 많은 도시다. 박경리,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등 문학인의 이름을 들먹이지 않아도 통영이 문학의 도시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이런 통영의 이름에 걸맞는 백일장 대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전국 대회의 위상을 가진 상금을 내걸고, 행사진행을 위해 애쓰는 집행부의 업무추진비용도 현실화한 그런 백일장 말이다. 그 백일장을 통해 전국의 문인들이 통영을 소재로 하는 문학작품을 매년 집필하게 된다면 통영시는 문학 창작에 적극적인 마중물을 붓는 지자체, 새로운 인문학의 도시가 될 것이다.

통영에 백일장대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매년 5월 5일 박경리 선생님의 추모행사 중 하나인 전국백일장과 독후감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으며, 10월 9일을 전후하여 전국한글시백일장이 개최되는데, 올해 44회를 맞이한다.

원래는 더 많은 백일장대회들이 있었지만, 해마다 참가자가 줄어들며 대회 자체가 소멸됐다.

나는 1986년 4월 28일에는 통영문인협회가 주최, 주관하고 통영시청이 후원한 충무공 이순신 탄신 441주년 기념 백일장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정확한 수는 모르지만 참가자들이 충렬사 경내를 꽉 채워서 나는 화장실 뒤편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야 했다.

1996년에는 제1회 한려수도동백축제 주부백일장 및 학생 글짓기대회가 통영문인협회 주최로 열렸다. 그 때 뛰어난 기량으로 입상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꾸준한 창작활동을 통영에서 하고 있는 시인도 있다. 문학지망생의 활동을 응원하는 가교역할 또한 백일장이 하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1997년에는 통영문인협회가 제1회 통영 시낭송대회를 열기도 했다. 2004년까지만 해도 충렬사에서는 통영예총의 주최로 치러지는 통영한산대첩축제 일환의 한시대회가 열렸다.

2004년 11월 3일부터 시작된 청마우체국 개명 염원 편지쓰기 대회가 있었다. 2008년도를 끝으로 더 이상 개최되지 않았지만, 손 편지를 써서 직접 그 우체통에 넣는 당시의 편지쓰기 개최는 참신하고 가슴 뛰는 행사였다.

이런 대회들은 모두 없어졌다. 백일장이 없어지면서 ‘문학 통영’이 위축되고 있는 것 같은 아쉬움은 비록 필자뿐이겠는가?

너나 할 것 없이 문화적 질이 높아져 있는 이때, 통영시가 ‘백일장’을 통해 내일의 박경리, 김춘수 들에게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통영의 이름을 걸고, 위상에 맞는 상금으로 격려하며 사라진 각종 백일장대회를 좀 더 개선, 부활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계층별로 접근할 수 있는 장르를 만들어서 예향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기상을 마음껏 발휘 할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펼치도록 했으면 좋겠다.

즐기고, 만지고, 만드는 놀이문화도 좋지만, 문학적 창작은 가치사슬의 체계를 더욱 굳건히 한다. 아울러 이것을 분배하고 널리 유통하여 대대손손 향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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