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 속으로 스며가던
놀랄까봐 나오지 못한
금오金烏 한 쌍 깃든 길에
준비 못한 시간마저
물빛소리 흘겨보는
여기 한번 돌아보면 안 될까
안개 흥건해진 숲으로
몽롱한 안부에도
붙들지 못 하고
밤새 거닐어 본
길에는 어느새
따라오다 돌아가는
애석한 저 빛
번득이는 금오金烏 곁으로
높이 들고 서 있을 땐
고개를 들어라
바로 오늘부터
* 트리토마(니포피아) :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또는 당신 생각이 절실하다의 꽃말을 가지고 있는 이 꽃은 얼마 전 방문한 민간정원에서 등불처럼 만났다. 월동이 가능하며 “니포피아”로도 불린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이긴 해도 내한성이 좋으며, 주로 빨강, 주황, 노랑색이 있다.
정소란(시인)
통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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