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슈메이의 한국살이

미슈메이 중국 출신 통영시민

오늘 신문을 봤는데 내가 쓴 ‘생일’이라는 글이 있었다. 한국에 사는 동안 생일날 케이크를 두 번 먹어본 적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딸의 친구가 처음 사준 케이크는 10년 전인 2010년 크리스마스 날이다. 그런데 신문에 난 것은 2020년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다. 나는 서둘러 원고지를 찾아서 살펴봤다. 내가 숫자 하나를 잘못 써서 10년이나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맙소사! 실수해 버렸다.’ 만약 내가 국제무역회사에서 일하면서 숫자 하나로 실수를 했다면 회사에 얼마나 큰 피해를 줬을까?

어릴 적 실수를 한 일이 생각났다. 휴가기간 동안 몇 명의 친한 친구들과 신나게 논적이 있었다. 어느 날 나는 한 친구의 앞머리가 길게 자란 것을 봤다. 나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게 매우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앞머리를 예쁘게 잘라 주겠다고 말했다. 친구는 “그래 해봐”라고 말했다. 나는 미용실의 미용사처럼 자신감이 넘치고 열정적이게 진지한 얼굴로 먼저 앞머리를 물로 뿌렸다. 그 다음 가위로 이마의 머리카락을 누르고 눈썹과 똑같은 높이로 잘랐더니 깔끔하고 예뻤다. 나는 처음으로 완성된 머리를 보고 정말 기뻤다. 친구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마른 후 깜짝 놀랐다. 앞머리가 아주 짧게 잘려서 이 상태로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좋은 일을 하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나쁜 일을 하게 된 것 같았다. 나라면 엉엉 울었을 텐데. 다행히 이 친구는 성격이 활발하고 긍정적인 편이라서 친구가 “괜찮아 며칠 지나면 머리가 자랄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구가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께서 화를 내실까봐 나는 정말 두려웠다. 가슴이 계속 두근두근했고 저녁에 식사는 물론 정신도 딴 데 팔고 있었다. 그날 밤 엎치락뒤치락하며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만약 친구 부모님이 찾아오면 엄마가 나를 혼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며칠간은 평화롭게 지내서 한숨 돌렸다. 그리고 이 실수는 나중에 미용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후 모르는 일은 절대로 섣불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른이 된 후 시간 나는 대로 중국에서 고향에 있는 미용학원에 다녀서 공부를 했다. 열심히 배운 후 드디어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자격증을 받았지만 머리는 여전히 자르지 못했다. 그래서 같이 배운 친구와 함께 작업장에 가서 무료로 노동자의 머리를 잘라 줬다. 어느 날 봉사 활동을 할 때 실수로 손가락을 잘라서 피를 흘렸다. 조금 아팠지만 참고 일을 했다. 이젠 무슨 일을 하던지 어느 정도의 고생을 해야 비로소 수확이 생길 것 같았다.

이제는 집에 가면 엄마와 아빠께 이발을 해 드리고, 한국에서는 가끔 옆집 이모의 머리 염색을 도와주고 나도 집에서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른다. 생각해보면 배운 지식은 언젠가 쓸모 있을 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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