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협의 안 돼 남문 복원 디지털로 방향 바꿔
취재 시작되자 그제야 “남문 포기한 것 아니다”

통제영길 복원사업 조감도

통제영길 복원 사업이 완공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통제영 남문 ‘청남루’가 계획에서 사라졌다.

지난 26일 열린 통영시의회 업무보고에서 김호석 문화관광경제국장은 ‘남문을 디지털로 복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복원은 지난 2019년 서울 돈의문이 디지털로 복원된 것을 모델로 한다. 육안으로 볼 때는 아무 시설물이 없으나, 인근에서 스마트폰을 켜면 남문의 모습이 여러 각도로 스마트폰에 나타나는 형식이다. 디지털 복원에 드는 예산은 10억원이다. 의회 업무보고에서는 “기술적으로 잘해 달라.”는 주문까지 오갔다.

당초 통영시가 밝힌 계획에서는 통제영의 정체성을 살리는 ‘남문 복원’이 가장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결국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던 1필지가 결국 협상에 실패하면서, 통영시는 차선책으로 남문을 포기하고 디지털 복원을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달인 12월 문체부의 ‘사업계획 변경 승인’까지 받았다.

남문 복원이 디지털로 변경된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공론화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민들의 공론화는커녕 문화예술과를 담당하고 있는 기획총무위원회 시의원들조차 그날 처음 문체부의 디지털 변경 승인을 알게 됐다. 기총의원 6명 가운데 중앙동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이승민 의원 한 사람을 제외하고 5명이 디지털 복원 자체를 그날 처음 알았다는 것이다.

핵심사업 변경이 아무 공론화과정도 거치지 않고 문체부의 변경 승인까지 얻은 것은 통영시의 깜깜이 행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승민 의원은 “남문이 복원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보상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안 된다고 하니 디지털 복원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라면서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디지털 복원’이라는 대안은 남문 복원에 꼭 필요한 1필지(금강제화 건물)를 수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두됐다. 건물을 중개한 충무부동산은 “보상금에 있어 시와 소유자 간에 간극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상이 난항을 겪자 문화예술과에서는 ‘디지털 복원’으로 방향을 바꿨다.

통영 남대문 <출처: 1913년 선남발전사>

이후 통영시는 국가등록문화재에 ‘근대역사문화공간’ 9곳을 신청하면서, 미처 매입하지 못한 금강제화 건물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중앙동과 항남동 일대 골목이 국가등록문화재 777호로 지정되면서, 금강제화 건물도 근대역사문화공간이 됐다.

이 사업의 가장 큰 매력은 건물과 토지 보상비까지 국가가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보상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통영시로서는 최대 500억을 지원받을 수 있는 이 사업으로 건물 매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축배를 들었다.

그러나 남문이 서야 할 자리가 또다른 별도등록문화재가 됨으로써, 통제영의 남문은 그야말로 물 건너가게 돼버렸다. 결과적으로 통영시는 400년 역사의 남문을 버리고 일제시대에 세워진 근대건물을 선택한 셈이 됐다.

취재가 시작되자 문화예술과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남문을 포기한 건 아니다.”라며 “언젠가는 남문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변경계획 어디에도 남문 복원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없었다.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에 큰 역할을 했던 김미옥 의원은 “통제영 남문과 역사문화공간은 절대 겹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초 계획은 남문을 기점으로 안쪽은 조선시대, 문 밖은 근대로 조성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처음부터 “보상 때문에 남문 계획이 변경됐다”는 문화예술과 다수의 말은 거짓이 된다.

한 시민은 “통영시가 남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보상이 벽에 부딪쳤을 때 공론화시킬 수도 있었다.”면서 “힘들어서 포기하는 것이 행정편의주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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