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30여 년간의 대학 교수 생활로 많은 제자들을 두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41명의 공학박사를 지도하게 되었고, 제자들은 대학 교수, 연구소와 기업체 간부로 생활하고 있다. 박사 제자들 중에는 30년간의 인연으로부터 긴 세월을 같이 한 자제들이 많다. 요즘은 서로 안부 나누고 운동도 같이 하는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하고 있다. 대부분 남학생 제자들의 학업 기간은 학부 4년, 군대생활 2년, 석사과정 2년 그리고 박사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적어도 11년의 인연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니 서로 정도 들고 애환도 공유하고 있다.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을 떠나는 제자들에게는 선배와 후배들이 함께 모여 축하하는 모임을 가졌고, 큰 축하와 즐거움 그리고 행복함을 같이 하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도교수로서 마지막 당부를 하게 된다. 박사학위를 받고 내 곁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겸손하라’는 당부를 빠짐없이 하였다. 박사로서 겸손하게 세상을 살아가길 원하였다. 많은 제자들의 성공한 소식을 접하는 것이 요즘의 또 다른 행복이다.

2019년 말에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하여 2020년은 모두가 힘들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한 해였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역사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의 역사 속에 남아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이전에 경험 못한 시대를 맞이하였다. 세계 질서가 새롭게 정립되고 국가나 개인도 새로운 환경 속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준비를 하여야 한다. 지난 역사를 다시 만들 수는 없지만 미래는 준비하는 자에게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새로운 교훈을 던지고 있다. 세계는 지금 총과 무기가 아닌 과학 기술로 경쟁하는 시대가 왔다. 한 나라만 봉쇄하면 안전할 것 같았지만 감염은 순식간에 세계로 전파되었다. 이제 우리는 나만이 아닌 타인을 배려하기 위하여 마스크를 쓰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을 개발하여 이미 접종에 들어갔다. 백신 도입 계약을 하였느냐가 정치적인 쟁점도 되었다. 각종 선거 공약에도 백신 확보가 경쟁적으로 들어갈 것 같다. 백신을 개발한 그들만 백신을 맞으면 그들만이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지구 공동체는 전염병에 공동 대응하고 서로를 배려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이미 받았다. 결국 타인을 배려하는 겸손함이 나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코로나19 시대를 통하여 배울 수 있었다.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경쟁체재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화합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세력 간이든 개인 간이든 상대방 탓만으로 자신에게 닥친 난국을 타개할 수 있겠는가? 권력이든 재산이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모두가 겸손하게 이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2021년에는 화합, 공유 그리고 다양성으로 새로운 세계 질서가 생길 것이다. 과학기술의 성과를 공유하고 더불어 사는 지혜로 새로운 시대를 함께 열어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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