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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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신문
  • 승인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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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고향에서 가져온 마늘을 까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틀을 까고 나니 손가락끝에 통증이 왔다. 손가락을 찬물에 담그고 한참을 지나니 조금씩 나아졌다. 찹쌀 풀을 끓이는 것도 정성이 필요하였다. 약한 불에 타지 않게 저으면서 물을 조금씩 부어야 하였다. 그리고 멸치, 버섯, 다시마 등을 넣어 육수를 우려내었다. 고춧가루, 마늘, 생강, 새우, 무, 당근, 파 그리고 멸치액젓과 새우 젓갈을 준비하였다. 우려낸 육수에 찹쌀 풀, 액젓과 새우젓 그리고 준비한 재료를 모두 섞어 버무리면 김치 양념이 된다. 빨간 색의 김치 속에는 온갖 정성이 들어간 식자재들이 들어 있어 바라보기에도 참 좋았다. 우리 농장에서 100일간을 잘 자라준 배추를 다듬었다. 두세 토막으로 배추를 자르고 하루 밤의 소금 절임 과정 그리고 물로 깨끗이 씻어내는 정성을 다하였다. 가족들의 한겨울 주된 반찬인 것이다. 마당에는 살을 에는 찬바람이 쌩쌩 불지만 형제들과 재담의 즐거움으로 참을 만 하였다. 수육을 삶는 가마솥의 장작불 온기로 시린 손을 녹였다. 형님 부부, 누님 부부 그리고 우리 부부가 함께 하는 김장 행사는 연례행사이며 또한 형제간의 송년 행사인 셈이다. 막걸리, 수육 그리고 갓 버무린 김장 김치의 시식은 즐거움의 극치이다. 농장에서 1박 2일간의 김장 행사를 마치고 통영 집으로 돌아 왔다.

아내는 바쁜 손놀림으로 김치 두세 조각씩을 담아서 앞집, 윗집 그리고 아랫집으로 보내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이웃집의 초인종을 몇 번을 눌러 김장김치를 전달하였다. 조금 먼 거리의 지인들 집으로 배달은 내가 담당하였다. 승용차에 김장 그릇을 싣고 지인들의 집을 방문하였다. 밖에서는 종종 만났던 분들이지만 집의 위치도 모르고 지냈다. 주소를 물어 네비게이션에 의지하여 방문하고 대문간에서 전달하였다. 배달을 모두 마치고 나니 통영의 어둠이 나의 앞을 가로 막았지만 가로등이 밤길을 밝혀 주었다. 바다 건너 시가지의 불빛들은 화려한 영화장면이 되었다. 자식들 집에도 김장김치를 보냈다.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들에게는 생배추 서너 포기씩을 보내서 송년 인사를 대신하였다. 배달과 동시에 김치 그릇으로 답례가 왔다. 마스크 다섯 개, 초콜릿 한 봉지, 동지 팥죽 두 그릇, 홍시 두 개, 누룽지 세 봉지, 치약 한 개 등을 받았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즐거운 송년 선물 주고받기를 마쳤다. 성탄절에 산타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줄지가 손자들에게는 최고의 관심사였다. 대문 밖의 계란 배달용 바구니에 받고 싶은 선물을 적은 편지를 두었다고 한다, 산타할아버지가 자신들의 편지를 받아야 한다는 염원을 말하기도 하였다. 요즘에 흠뻑 빠져 있는 유튜브 프로그램인 ‘흔한 남매’의 만화책과 피규어 인형을 받는 것이 소원이었다. 아들은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손자들의 소원을 풀어 주었다.

선물로 받은 누룽지에 물을 붓고 끓여서 식사를 하였다. 양치질을 하다가 치약을 선물하여 준 그분이 생각났다. 요즘 손자들은 산타할아버지가 준 만화책에 푹 빠져 있다. 한두 달은 받아둔 송년 선물로 행복이 예약되어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