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연극예술축제 뜯어보기/개막작품 ‘토지’

지난 9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첫 무대를 가진 ‘연극 토지Ⅰ’

박경리의 고향 통영에서 ‘토지’의 막이 올랐다. 통영연극예술축제의 개막작이었다.

올해 출범한 경남도립극단(감독 박장렬)이 창단공연으로 준비한 ‘연극 토지Ⅰ’는 ‘평사리 넓은 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조준구와 ‘그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당주가 되어야 하는’ 어린 서희와의 갈등이 밀도 있게 펼쳐졌다.

연극 토지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土地)’를 각색한 것으로, 연극으로는 첫 시도다. 대본은 김민정 작가가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토지의 방대한 내용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펼쳐낼까?’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화려한 무대 변화와 짜임새 있는 구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그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관람객들은 작은 곁가지들을 잘 쳐내고 원작의 줄거리를 효과적으로 살려냈다고 입을 모았다. 연극은 구한말 평사리 지주인 최치수가 살해되고, 조준구가 최 참판 집안의 재산을 탈취하는 1부의 이야기까지를 다뤘다. 집안의 재산을 모두 빼앗긴 서희가 가문을 되찾으려는 일념을 가지고 간도로 이주하는 데서 막을 내렸는데, 마지막 ‘고양을 떠나며’ 합창이 웅장한 대미를 장식했다.

제작진을 포함해 연인원 60여 명이 참가했으며, 경남연극제 연기대상에 빛나는 김수현, 김현수, 박승규, 이은경을 비롯해 신인 연기상을 받은 손상호, 한재호 등 쟁쟁한 배우들이 무대에 섰다. 앙증맞은 어린이 배우들도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조준구를 비롯한 귀녀, 삼수 등의 악역들의 열연도 빛났다.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다는 한 관람객은 “가이드북을 읽어서 그런지, 내용을 파악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면서, “너무 긴 분량에 지레 겁먹고 책을 읽지 않았는데, 꼭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남도립극단은 내년에 ‘토지II'로 관객들을 찾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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