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좋아 어린이집’ 한송희 원장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어 잘 운영하는 것이 내 고향 통영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죽림 ‘아이좋아 어린이집’의 한송희 원장(44)의 말이다. 한 원장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통영에 처음으로 생긴 24시간 보육기관이다.

“수산물 운반이나 식당 등에서 야간 일을 하시는 부모님들의 문의가 많으세요. 한부모 가족에서도 보육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요.”

야간에 영아를 맡기고 싶다는 요청을 하는 부모는 대개 그 사정이 절박하기 마련이다. 진주에 하나, 양산에 둘, 지역마다 거점처럼 한 군데씩 24시간 보육을 하는 어린이집이 있는데, 통영고성지역에는 올해 개원한 ‘아이좋아 어린이집’이 처음이다. 현재 야간 보육은 육아휴직 중인 가정에서 내년부터 보육을 예정해 놓은 상태다.

통영에 생긴 국공립 최초 보육기관 ‘아이좋아 어린이집’

한송희 원장은 주영 더팰리스 5차 아파트 내에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원장을 공모한 가운데,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원장이 됐다. 한 원장은 24시간 보육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보육정책위원회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제가 잘하는 게 이 일이고, 좋아하는 게 이 일이라고 한 말이 설득력을 가졌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통영에서 나고 자라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한 원장은 유아교육과에 진학하면서 통영을 떠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근무하면서 대학원을 다니고, 결혼해 아이를 낳는 15~16년 동안, 한송희 원장은 한 해 한두 번밖에 고향에 내려오지 못할 만큼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아기가 아토피피부염으로 고생을 하자 서울 생활을 접게 됐다.

“아기가 피가 나도록 몸을 긁는 거예요. 그걸 보고 ‘박사는 무슨 소용이며, 일은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당시 한 원장은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었지만, 그대로 접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2011년이었다.

갑작스런 귀향이었지만, 그동안의 경력을 인정받아 죽림의 한 민간어린이집 원장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처음에는 잠시 머물다 다시 서울에 올라갈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아이가 통영을 너무 좋아하고 나도 보람 있는 일을 계속하게 돼 한해, 한해 연장한 게 10년이 됐네요.”

그동안의 배움과 경력이 통영에서 값지게 쓰일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열렸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육아지원센터의 일을 맡아 통영시내 어린이집의 컨설턴트를 해주기도 하고, 이 일이 기회가 되어 도정책위원회 위원장도 맡게 됐다. 작년에는 민간연합회 부회장을 지냈다. 그러면서 한 원장은 고향에 다시 ‘스며들기로’ 했다.

함께 일하는 어린이집 교사들

“아등바등 살던 도시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어요. 10년째 주말부부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오히려 회사가 정리되면 통영에 내려오기로 했지요.”

콧대 높은 여대 유아교육과에 입학한 20대 여대생은 “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사투리부터 고치라”는 교수님들의 압박에 고향 말을 부끄러워하게 됐다. 그러나 교육자로서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40대의 한송희 원장은 고향의 말과 함께 애향심도 되찾았다.

“24시간 보육은 원장으로서 무척 부담 있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아무 문제없이 귀가해야 머릿속에 빨간불이 꺼지는데, 퇴근 후에도 빨간불이 계속 켜 있는 셈이니까요.”

한 원장은 ‘일을 잘하는 교사’보다 ‘마음이 따뜻한 교사’를 선호한다.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들이 실수했을 때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하며 또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이것은 따뜻한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부터 어린이집은 선택 출석이 해제돼, 36명 원아가 모두 등원중이다. 하루 세 번 열을 체크하고 수시로 손소독을 하고 매일 원내 소독을 하면서 어느 때보다 안전이 중요해졌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하고 수업을 해야 하는 일선 교사들의 고충은 말로 할 수 없다.

지난 주말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폭발적인 확산세를 보이자 교사들은 “다시 K-94 마스크를 써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며 울상이다. 종일 마스크를 쓰고 아이들과 부대끼는 것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보육교사는 10가지를 잘해도 아이가 아프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더욱 안전에 주의해야 하지요.”

2020년 세계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송희 원장과 아이좋아 어린이집 교사들은 마스크로 스스로를 격리한 채 이 시간을 헤쳐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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