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부녀회 난타, 떡메, 짚풀공예체험 ‘즐거움과 화합의 장’
세포마을전설, 어르신들이 그림책 ‘나붓등’으로 발간

통영시 산양읍 세포마을(이장 신성안)에 마을축제가 열렸다. 지난달 26일 세포마을을 들썩이게 만든 ‘세포(가는개) 쟁이마을 어울림 한마당’이다.

가는개 메구패의 신명나는 길놀이를 시작으로, 마을 어르신들과 경향 각지로 나가있는 자녀(손자, 손녀)들이 함께 떡메치기 체험, 짚풀공예체험도 하고 어르신들의 난타공연도 이루어지는 시간이었다.

이날 잔치의 하이라이트는 출판기념회였다. 세포마을에 전해오는 나붓등 전설을 그림책으로 엮어 세 번째 마을이야기 책을 낸 것.

올해로 3년째 세포마을 주민들은 동네의 전설로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2017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우물사업의 지원으로 세포마을 어르신들은 ‘가는개 할매요’를 그림책으로 발간했다. 이 첫 책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가는이 고개의 전설을 담은 ‘가는이 고개’를 펴냈고, 올해 마을 전설인 ‘나붓등’을 펴낸다.

이 그림책을 위해 마을 주민들은 1년 전부터 책의 소재와 형식을 머리를 맞대서 의논했다. 내용이 결정된 다음에는 함께 그림을 그리며 책을 완성해 갔다. 그림의 소재와 기획, 그림책 제작 및 출판까지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결과물을 일구어낸 것이다.

‘주민이 기획하고 주도하는 마을공동체 문화사업을 지원하는’ 문화우물사업에 딱 들어맞는 가치있는 작업이었다.

신성안 세포마을 이장은 “2019년 한해 동안 세포마을 주민들이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만나고 함께 어울리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그림책 만들기에 수고한 주민들을 격려했다. 앞으로도 ‘쟁이마을’ 세포와 ‘가는개 마을’ 세포의 장점을 살린 그림책을 더 만들고 프로그램을 함께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출판기념회에서 세포마을 주민들은 직접 떡메를 친 다음 바로 그 자리에서 콩고물을 묻혀 떡을 나눠먹었다.

신명나는 길놀이를 한 가는개 메구패는 농어촌희망재단이 농촌의 교육 문화 복지여건을 개선하고 주민들의 문화적 역량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인 ‘농촌 교육‧문화‧복지 지원사업’ 덕분에 사라진 지 40년만인 2017년 되살아났다. 2019년에는 세포마을 부녀회원들이 ‘난타’를 배워서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김재선 어르신의 딸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고향에 혼자 계셔서 늘 걱정했는데, 예쁘게 한복을 입고 메구도 치고 난타도 두드리는 모습을 보니, 엄마가 너무 귀엽고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됐다.”며 기쁘고 안심도 되고 행복한 마음을 전했다.

 

어르신들을 배우와 화가로 만들어준 세포(가는개)마을

 

세포마을은 2012년 6월에 통영시에서 ‘농어촌체험휴양마을’과 ‘색깔과 이야기가 있는 가는개 공동체 문화마을’로 지정됐다. 극단 벅수골이 운영한 문화마을 사업은 세포마을의 이야기를 채굴, 마을 주민들과 연극으로 만들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그해 12월 세포마을 주민들은 벅수골의 전문배우들과 함께 ‘쟁이마을 할미요’를 통영시민문화회관 무대에 올려 큰 박수를 받았다. 과다한 공물을 나라에 진상해야 했던 세포마을 주민들의 어려움을 임금님 앞에서 꽹과리를 울리며 청원한 ‘월성정씨 영세불망비’의 주인공 정씨부인에 대한 실화극이다.

2013년에는 같은 방식으로 설화극 ‘나붓등’, 2014년에는 설화극 ‘치마꽃’을 무대에 올렸다. 전문배우들과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간 이들 연극을 통해 세포마을 주민들은 연극을 향유할 뿐 아니라 만들어낼 줄 아는 반전문가가 됐다.

2017년부터는 추억으로만 끝나는 연극이 아닌 손에 잡히는 책으로 세포마을 이야기를 펴냈다.

처음 펴낸 책은 월성정씨의 실화인 ‘가는개 할매요’이고 작년에 펴낸 책은 1997년 KBS 전설의 고향 제5화에 방영된 전설 ‘가는이 고개’다. 세포고개로 불리는 통영시와 산양읍의 경계를 짓는 고개에 살던 한 많은 여인의 이야기로, 이곳 주민들은 귀신이 된 이 여인의 한을 풀어준 나그네를 조선시대 마지막 암행어사라고 믿고 있다.

이번에 펴낸 ‘나붓등’은 가난한 형편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도둑 무덤을 나붓등에 쓴 후 바다에서 금궤를 건져 부자가 된 아들이 어머니의 무덤에 큰 봉분과 돌비석을 세운 후로는 패가망신하여 야반도주하였다는 이야기로, ‘분수에 맞게 살자’는 교훈을 전해준다.

연극배우가 됐던 세포마을 어르신들은 이제 필름지에 그림을 그리며 화가와 그림책 작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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