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민 이사 “부친의 친일인명사전 등재는 설에 불과”
민족문제연구소 “명확한 근거와 검증 거친 친일만 기록”

(재)통영충렬사(이사장 박덕진)의 친일 후손 이사직 사퇴 논란이 불거졌다.

통영시민모임 홍두표(무송 스님) 대표는 지난 7일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사자인 김철민 이사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홍 대표는 “통영충렬사는 한산대첩으로 국난극복의 상징인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사당이다. 그런 충렬사에 친일파 후손이 이사로 있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문제를 제기한 홍 대표는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아동문학가 김영일 씨의 친일 행적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영일 씨는 김철민 이사의 부친이다.

김영일(1938~1984) 씨는 1914년 황해도 신천에서 일본 니혼(일본)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이후 문화과 언론인의 길을 걸으며 한국예총 이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제1회 대한민국 아동문학상 수상, 옥관문화훈장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친일인명사전은 해방을 불과 몇 년 남겨둔 1941년부터 친일행적을 기록하고 있다. 아동잡지 ‘이아생활’ 집필동인으로 활동하며 침략전쟁을 선전하는 <애국기 소국민호>와 내선일체의 황민화를 내용으로 하는 동요 <대일본의 소년> 등을 썼다.

김영일 씨는 일본대학 유학을 시작으로 당대 화려한 지식인의 일생을 보냈다. 해방 직전 친일하는 글을 안 썼다면 누구보다 존경받는 인물로 남았을 것이다.

김철민 이사는 “부친의 70년 전 일을 여태 들어보지 못했고, 알지도 못한다”라며 “친일인명 사전에 등재된 친일 기록도 증인과 증거가 부족한 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하지 않은 자료로 친일 운운하는 것은 돌아가신 부친을 명예훼손 할 우려가 있다”며 충렬사 이사직 사퇴불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는 “명확한 자료와 검증을 거쳐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했다”고 확인했다.

(재)통영충렬사 박덕진 이사장은 친일문제와 관련해 “정관에 친일 관련 조항이 없어 징계 방안도 없다”며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통영충렬사는 내년 6월 이사 임기 종료로 12명의 이사진을 새로 선출한다. 180여명의 사원들이 선출한 대의원들이 이사 선출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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