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과 사람됨의 근본 가르치는 학교 만들고 싶다”
“예절과 사람됨의 근본 가르치는 학교 만들고 싶다”
  • 김선정 기자
  • 승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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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교육관 건립에 나선 통영향교 고준부 전교
전통과 예(禮)를 가르치는 통영향교 고준부 전교.

향교는 조선시대 국가에서 세운 학교다. 조선은 국가의 건국이념인 유학을 가르치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서울에는 성균관을, 지방에는 향교를 두었다.

원래 통영에는 지금의 북신동 근처에 고성향교가 있었다. 영조 2년인 1672년부터 강화도조약이 맺어지던 1876년(고종 13년)까지 150여 년 동안 고성향교는 통영지역에서 중등교육기관의 역할을 했다.

“고성향교는 태조 7년에 세운 전통 있는 향교입니다. 영조 때 통영과 고성이 통합되자 통제영 가까이로 이전해 와서 있다가, 고종 때 고성군이 환원되자 지금의 자리로 되돌아간 것이죠. 그러자 사량도 김부자, 욕지도 최부자 등이 힘을 합쳐 ‘우리 힘으로 향교를 짓자.’며 재산을 내놓고 향교를 지었습니다.”

현재 향교의 주요 기능은 제례다. 

국가로부터 전답과 노비를 지급받아 세운 일반 향교들과는 전혀 다른 출발인 셈이다.

그러나 때는 이미 1901년. 일제의 침략야욕이 가시화되던 시기였다. 통영향교가 생긴 10년 뒤, 일제는 우리나라를 침탈하고서 신식교육기관인 공립학교를 세웠다. 거의 군사훈련이나 다름없는 교육이었지만, 힘없는 우리 민족은 일제의 행정을 거부할 수 없었다.

통영향교는 제대로 된 교육은 해보지도 못하고 일제강점기를 맞은 셈이다. 그후 통영향교는 지금까지 봄가을 석전 봉행을 중심으로 제례 위주의 역할을 하고 있다.

통영향교는 전교(典校) 1명과 장의(掌議) 수명이 평소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제례나 교육이 있을 때 모여 향교의 일을 보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춘기석전대제 후에 헌관들과.
지난 춘기석전대제 후에 헌관들과.

지금 통영향교의 대표인 고준부 전교(77)는 통영을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는 통영 토박이다. 통영향교 옆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향교 일을 돕던 모습, 헌관을 하며 진지하게 봄가을 제사를 드리던 모습 들을 보며 자랐다.

“학교에 입학해서 책 받고 얼마 안 있어 6.25 전쟁이 났어요. 원문고개에서 밤새도록 함포사격 소리가 들리던 밤이었는데, 우리 집 아래채에도 폭탄이 떨어져 집이 덜썩 무너져 버렸어요. 그 때 죽림이 재바다가 안 됐습니까?”

돌이켜보니 해병대의 통영상륙작전이었다.

전쟁과 도시화, 신도시 매립 등 강산이 변하는 77년 동안 고준부 전교는 향교 옆 아버지가 살던 그 마을을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

이곳에서 바닷길을 따라 학교를 다녔고, 이곳에서 32년 동안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했다.

지금은 땀흘린 만큼 정직하게 수확물을 돌려주는 농사를 지으며, 향교의 전교 일을 보고 있다.

“지금 통영향교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하고 있으며 47회째 성년의날 행사를 하고 있지요. 오는 5월 20일에는 동원고 학생 40명이 와서 전통 성년례 의식을 할 겁니다.”

옛날 통영 교육의 수장인 고준부 전교와 지금 통영 교육의 수장인 박혜숙 교육장이 만났다.
옛날 통영 교육의 수장인 고준부 전교와
지금 통영 교육의 수장인 박혜숙 교육장이 만났다.

그러나 이런 단기교육만으로는 아쉬움이 많다. 임기 3년차를 맞는 고준부 전교는 향교의 원래 기능인 ‘교육’을 제대로 담당하기 위해 충효교육관을 건립을 꿈꾸고 있다.

“향교의 원래 취지대로 ‘예절과 사람됨의 근본을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충효교육관이 있으면 진주향교처럼 1년 내내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습니다. 예절교육, 충효교육, 인문학교육, 한자교실 등, 사람됨의 근본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향교 앞에 부지도 마련해 놓았다. 하지만 건물을 올리려면 10억 원의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도비 5억, 시비 5억을 출연해 충효교육관을 세울 생각입니다. 우리보다 나중에 교육관 계획을 세운 고성군은 벌써 예산을 확보하고 한 걸음 앞서 나갔습니다.”

내년 예산에 시비를 확보하기 위해서 꼼꼼한 근거자료와 계획서를 만들고 관련 서류들을 챙기며, 고준부 전교는 시청과 도청을 뛰어다닌다.

“정신이 물질을 움직입니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정신의 힘을 알게 하는 교육은 향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준부 전교는 다음세대에게 예(禮)를 가르치는 꿈을 꾸고 있다. 꿈꾸는 자에게 나이는 숫자일 뿐, 오늘도 고 전교는 청년의 마음으로 꿈을 향해 달린다.

성년의 날을 맞은 학생들에게 향교를 설명해 주고 있는 고준부 전교.
통영 향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