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문화가 바뀌고 있다. 상명하달식의 관료주의적 문화에서 소통과 협업을 지향하는 평등주의 문화로 바뀌어 간다.

교육현장에서도 이런 변화의 조짐은 시작됐다. 학교의 주인이면서도 철저히 수동적인 입장에 있는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가 하면, 교사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 교육현장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태동되고 있다.

물론 ‘학생이 주인되는 교육풍토를 만들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길은 멀다. 통영시내 한 여고에서는 최근 “편한 교복을 입고 싶다”는 학생들의 건의에 대해 교장이 “교복은 좀 불편해야 예쁘다”는 식의 발언을 해서 학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학생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아주 오랫동안 관료주의 문화에 젖어 있던 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이 각자 의견을 내는 것이 달갑지 않다. 능률면에서 성과도 없거니와 윗사람이 자유로운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실무자들의 의견을 하극상처럼 여기기도 한다. 그러기에 소통과 협업은 위에서부터 ‘느리지만 같이 가겠다’는 철학을 공유해야 가능하다.

박혜숙 교육장

통영시 교육지원청에도 이런 변화가 시작됐다.

올해 3월 취임한 박혜숙 교육장은 교육지원청을 직장으로 하고 있는 교육공무원(장학사), 지방공무원, 교육공모직 직원들부터 “수평적인 조직운영과 밝고 청렴한 공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철학으로 다모임을 갖기로 했다.

통영교육지원청은 매월 갖는 전달방식의 월례회를 다모임으로 바꾸고, 지난 5월 9일 전 직원이 참석한 첫 번째 다모임을 가졌다. 다모임의 이름을 ‘행복한 직장문화 조성을 위한 통영교육지원청 직원 다모임’이라고 명명하고, 경상남도교육청 학교혁신과 김재무 장학사 외 2명을 초청해 다모임의 필요성과 운영 방법 등에 대한 강의를 먼저 들었다.

직원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직장에 대한 밑그림을 접한 교육지원청 식구들은 “직장생활이 더 행복해질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강 이후에는 실질적인 문제로 들어가, ‘교육지원청 현관 내부 시설 구조 개선’과 ‘전 직원 소통 방안’ 2가지 소주제로 토론을 했다.

9개 모둠으로 나누어 ‘어떻게 하면 더 밝은 교육지원청이 될 수 있을까?’를 의논하는 모둠토론만으로도 상명하달식의 딱딱한 직장 문화가 바뀌는 분위기였다.

“음악과 커피가 있는 쉼터가 됐으면 좋겠다.”

“문화도시를 알릴 수 있도록 갤러리로 꾸몄으면 좋겠다.”

교육지원청의 현관 내부를 쉼과 통영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박혜숙 교육장은 “오늘 다모임에서 수렴된 의견들을 바탕으로 현관을 재구조화하겠다.”고 말했다.

박 교육장은 또 “직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지속적으로 조성하여 신바람 나는 직장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교육지원청에서부터의 이 작은 변화가 교육현장에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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