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파티 선장 김봉환

항로도 시간도 마음대로 즐기는 요트로 인생2막

손님들의 행복 에너지로 행복한 통영 전도사
 

크고작은 섬들이 빼곡히 들어선 통영앞바다는 아무리 봐도 호수다. 윤슬이 반짝이는 잔잔한 바다 뒤로 수평선을 막아선 섬들이 뚫린 곳 없는 육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를 타고 가까이 가면 섬과 섬이 벌어지며 길이 열린다.

김봉환 선장은 하얀 돛을 멋지게 올린 28인승 요트에 즐거운 손님들을 태우고, 호수인 체하며 시치미를 떼고 있는 바다와 뭍인 체하며 어깨를 겯고 있는 섬들 사이를 능숙하게 빠져나간다. 영락없이 뭍으로 보이던 섬들은 김봉환 선장 앞에서 길을 틔우고 배시시 웃는다.

“배 탄 지 30년 됐습니다. 여기가 한산도, 저기가 추봉도, 욕지도, 저 끝에 보이는 게 매물도예요. 안 보고도 훤하지요.”

한산도 문어포에서 나고자란 김봉환 선장은 통영 앞바다를 손바닥 위에 훤히 올려놓고 본다. 어린 시절부터 눈에 익은 섬과 바다, 어른이 되어서는 아버지와 함께 장어배를 타고 누비던 바다다.

“50대 돼서 직접 배를 타지 않고 선주로 운영만 했어요. 바다에 십수일씩 나갔다 들어오는 생활을 30년 하다가 집에 있으려니 그것도 못할 일이데요.”

김봉환 선장은 바다에 벗하는 다른 직업을 택했다. 2013년 해양전문인력 3개월 동안 양성과정을 수료하고는 요트 면허를 딴 것이다. 일찌감치 해기사 자격증을 따놓았기 때문에 바로 사업용 요트를 운전할 수 있게 된 그는, 함께 해양전문인력 과정을 마친 사람 5명과 같이 요트를 구입해 ‘아라마린서비스(주)’를 설립했다.

하얀 닻을 올리고 항로 없는 길을 다니는 요트관광은 재미있고 매력 있는 사업이었다.

김봉환 선장은 아예 12인승 요트를 하나 사서 사업자등록을 하고 독립했다.

“요트를 정해진 항로가 없잖아요. 손님에게 100% 맞춰 드릴 수 있지요. 가고 싶은 섬 어디나 갈 수 있고, 가고 싶은 시간 언제나 배를 탈 수 있지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만 4년, 김봉환 선장은 지금 28인승 요트를 운영한다. 지금 통영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용 요트 중에 가장 크다.

“이 배는 2년 전에 일본에 가서 직접 구입해 왔습니다. 3명이 타고 요트 안에서 밥해 먹고 잠도 자고 기름 떨어지면 항구에 들어가 기름 넣고 하면서 150시간 걸려 가져왔지요.”

날짜로 치면 일주일이다.

김 선장의 배 외에 도남 요트계류장에는 11인승 5척, 15인승 1척의 사업용 요트가 더 있다. 각기 자기 요트를 운영하는 다른 사업자지만, 7명의 선장들은 승선인원을 넘는 승객이 오면 서로 연동하기 때문에 1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이 앞에서는 바다와 섬을 한눈에 다 볼 수 있잖아요. 회 한 접시 썰어놓고 술을 마셔도 좋고,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도 있어요. 연인과 타이타닉을 연출하거나 누워서 하늘을 볼 수도 있지요. 마음대로 바다와 세일링을 즐길 수 있어서 찾는 분이 또 찾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져, 특별 할인을 하고 있기 때문에 1시간 반 한산도를 돌아보는 비용이 1인당 2만원이다. 물론 너무 적은 인원이 출발할 땐 1인당 3만원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마음편한 사람끼리 진짜 즐기는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저녁에는 일몰투어를 운영합니다. 저녁 4시나 4시 반쯤 나가 제승당을 둘러보고 땅거미가 내릴 때쯤 돌아오는 겁니다. 바닷속으로 해가 풍덩 가라앉는 모습도 장관이고, 항구 가까이 오면 스탠포드 호텔과 국제음악당에 조명이 좍 켜져 있는 모습도 예쁘지요.”

손님들이 통영의 섬과 바다, 일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에 취해 감탄하는 모습을 보며 김 선장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

수익이야 장어배가 한결 낫지만, 김 선장은 “장어배를 버리면 버렸지 요트는 안 버린다”고 말한다. 레저를 아는 손님들과 자유로이 통영 바다를 누비는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바람이 밀어주는 대로 돛을 펼치고 있으면, 바다도 바람도 섬도 요트도 손님도 선장도, 그냥 그대로 통영의 바다 풍경이 된다.

저작권자 © 통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