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내 4개 교복사, 3년째 학생수 따라 골고루 낙찰
98% 선에 낙찰가 형성, “담합 없이는 불가능한 일”

학교주관 공동구매를 하고 있는 통영시 4개 고교의 교복들.

교육부에서 학교 주관 공동구매를 의무화한 지 5년이 지났다. 브랜드화되면서 갈수록 높아져만 가던 교복 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내린 조치다. 2015년 교복부터 공립학교는 의무적으로, 사립학교는 자율적으로 공동구매를 하고 있다.

현재 통영에서 학교 공동구매를 하고 있는 학교는 중학교 6곳과 고등학교 4곳이다. 공동구매를 하지 않는 충렬여중고와 동원중, 신입생이 적은 산양중을 제외하면 교복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는 학교는 모두 9곳인 셈이다.

대개 공동구매를 하면 개별구매에 비해 20~50% 저렴한 가격으로 교복을 구입할 수 있다. 처음 학교 주관 공동구매가 실시된 2015년, 통영시는 경남도 교육청이 제시한 공동구매 상한가의 82.7%에 해당하는 평균 23만3,767원에 교복 가격이 형성됐다. 당시 통영에 있던 대형브랜드 4개사와 중소브랜드 2개사는 적극적으로 입찰에 응했었다.

이듬해에는 업체 간 경쟁이 심해 통영시내 9개 학교가 평균 52%인 15만444원에 동복과 하복 가격이 형성됐다. 이 해, 대형 브랜드인 A업체는 불과 1~2천원 차이로 단 한 학교의 공동구매도 따내지 못했다.

어쩌면 출혈경쟁이었을 수 있는 이 2016년 공동구매의 반동이었을까. 2017년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통영의 교복 업체는 사이좋게 공동구매에 낙찰됐다. 통영의 교복 브랜드 4곳이 2~3학교씩 공동구매를 나눠 낙찰을 받은 것이다. 신기하게도 학생 수가 적은 학교는 3곳, 학생수가 많은 학교는 2곳씩 낙찰을 받았다.

그래도 학교에 따라 신입생 수가 많고 적을 수 있는데, 2017년에는 A업체가 가장 학생이 많은 학교에 낙찰되었고, 2018년에는 B업체가 가장 학생이 많은 학교에, 2019년에는 C업체가 가장 많은 학생의 교복을 만들게 됐다.

교복 가격도 경상남도가 상한가로 제시한 금액에서 조금 빠지는 정도로, 사실상 거의 100%에 가까운 낙찰가가 형성되고 있다. 2017에는 96.3%, 2018년에는 97.3%, 2019년에는 97.9% 가격으로 응찰해, 공동구매업체에 선정됐다.

입찰에 응한 곳도 꼭 두 곳씩이다. 한 학교에서는 “업체마다 전화를 해 응찰해 달라고 부탁했는데도 3년째 약속이라도 한 듯 두 곳씩만 견적서를 보내온다.”고 말한다. 관계법령이 2곳 이상의 견적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딱 그만큼이다.

입학생 수는 현재 전교생 수를 3으로 나눈 참고치입니다. 
낙찰률은 경상남도 교육청이 제시한 당해년도 상한가를 기준으로 한 낙찰가격의 비율입니다. 
2017년 충무중의 경우, 학교에서 제시한 기초가격이 25만원이어서, 타학교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었습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도 교육청에서 정한 교복의 상한가는 말 그대로 상한가”라면서, “업체들이 경쟁입찰을 통해 교복 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1월 9일자 경남도민일보는 인근 창원시에서 같은 공동구매인데 교복 값이 천차만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한다. 창원 ㄱ중학교 교복비는 29만 7000원(동복 21만 1000원·하복 8만 6000원)이었지만, 김해 ㄹ중학교 교복값은 16만 3800원(동복 9만 1800원·하복 7만 2000원)으로 13만 3200원이 저렴했다는 것이다. 학생 수나 원가 등 변수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가격 차이다.

그런데 통영시는 4개 업체가 골고루 98% 가격에 학교를 나눠 들어가고 있다. 거의 모든 학교가 29만 8천원으로, 가격도 비슷하다. 경남도가 최고금액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한가 30만 3,308원에서 5천여원 빠지는 금액이기 때문에 경남 최고 수준이다. 이런 금액으로 입찰에 응한다는 것은 담합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교복 업체의 담함이 의심되는 첫해(2017), 통영 교육지원청에서는 부산지방 공정거래사무소에 교복 입찰 관련 공동행위를 신고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의 교복 가격을 증거자료로 제시하여 담합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몇 달 뒤, 공정거래위원회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낙찰금액만으로는 담합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후 통영의 교복 값은 3년째 도교육청이 정한 권장 상한 가격에서 몇천원 빠지는 선에서 결정되고 있다.

학교주관 공동구매 5년 동안의 통영시 평균 교복값과 낙찰률

상한가가 291,699원이었던 2017년에는 1만여 원 빠지는 평균 280,899원(97.8%), 상한가가 301,908원이었던 2018년에는 8천여 원 빠지는 293,667원(97.3%), 상한가가 303,348원이었던 올해는 6천여 원 빠지는 297,111원(97.9%)에 교복 값이 형성됐다.

학교마다 기초가격을 제시할 수 있으나, 교복 업체들이 경남도의 상한가로 기초가격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2017년에 타 학교보다 낮은 기초가격을 제시한 학교는 교복업체들이 입찰을 거부해, 2018년부터는 경남도의 상한가를 그대로 기초가격으로 제시하고 있다.

통영시의 한 학교는 조금이라도 교복 값을 낮춰보기 위해 각 학교의 입찰현황을 정리하기도 했으나, 아슬아슬하게 법망을 피하는 선에서 담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현재 학교 주관 교복 공동구매 제도는 학교 자체 품질 심사를 통과한 업체 가운데 입찰을 통해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선정되는 방식이다.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 교복을 입는 240개 중학교 중 76.6%(184개)가 교복을 공동구매했다.

고등학교도 교복 공동구매 참여율이 지난해 70%나 된다. 통영은 평균을 훨씬 웃돈다. 작년 기준 공동구매 참가율은 가장 낮은 충무고가 73.2%, 가장 많은 동원고가 90.3%였다. 이렇게 공동구매율이 높은 통영에서 업체들의 담합 의혹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공동구매를 통해 동하복 한 벌씩을 30만원에 구입한다 해도 셔츠나 하의를 더 구입해야 하고 체육복까지 장만하면 50만원을 훌쩍 넘긴다.”면서 교복 값 안정을 촉구했다.

지난 2014년 (사)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추정한 교복의 직접제조 원가는 최대 8만원이다. 여기에 간접비 및 영업 이익 7만원(최소)을 포함하여 15만원(최대)에 교복을 대리점에 납품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5년 사이, 인건비 등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원가도 이에서 얼마 높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도시의 교복 값이 16만원 선까지 내려가는 이유다.

소비자 단체의 한 임원은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이 제대로 활용되려면 학부모들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학부형은 “경남도가 제시한 상한가의 80% 선에서 가격이 형성되면 교복업체나 학부형들에게 모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제시했다.

 

2014년 (사)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추정한 교복의 직접제조원가 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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