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무예원 금당 임채훈 관장

“잘했어, 잘하고 있어! 자~ 한 번 더!”

매듭지어진 굵은 밧줄을 타고 아이가 천장까지 올라간다. 팔에 힘을 주는 동시에 매듭 위로 재빠르게 발을 옮기는 게 요령이다. 긴 줄을 타고 멀리뛰기도 한다. 타잔이 따로 없다. 합기도 훈련을 하기 전 워밍업은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몸풀기로 시작된다. 임관장은 아이들과 함께 뛰고 안고 웃는다.

아이들은 줄에 매달려 놀이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근력과 스피드와 지구력이 길러진다.

22년째 합기도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경인무예원 임채훈 관장은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건강한 정신과 몸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처음에는 저도 관원들 대회 많이 내보내고 성적 올리는 데 마음을 다 쏟았죠. 그런데 지금은 정신 단련을 먼저 생각하고 육체는 그 다음 단련으로 생각합니다. 운동을 통해 정신과 육체를 단련하고 한 단계, 한 단계 더 높은 기술을 익혀 나가면, 힘든 일에 부딪쳤을 때 참고 극복할 수 있는 큰 힘이 생기거든요.”

임관장은 아이들에게 건강한 삶을 사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단다. 호연지기의 정신도 자연 속에서 더 잘 다져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많은 아파트 속에서 운영하다가, 3년 전 이곳 죽림양지마을로 들어온 것도 자연 속에서 여유 있는 삶을 같이 누리고 싶어서다. 1층은 체육관, 2층은 사택으로 하였다. 집을 지을 때부터 임관장의 정성이 많이 들어갔다. 아이들을 위한 데크와 울타리는 직접 나무를 사서 만들었다.

“목수가 저 한 것을 보고는 칭찬도 해 주고 준목수는 될 거라고 했습니다.”라며 임 관장은 소탈하게 웃는다.

마당에는 무궁화, 튤립, 매화, 소철, 측백, 장미, 사과나무를 보기좋게 심었다. 아직은 묘목 수준이라 가지가 엉성하지만, 새순을 틔우고 열매 맺는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당 한쪽에는 연못을 만들어, 10년 전부터 키워 온 비단잉어를 키우고 있다. 산으로 가까운 쪽 울타리에는 토끼장이 있고, 닭장에는 직접 부화한 희귀한 닭들이 놀고 있다.

이 작은 동물농장의 대장은 리트리버 ‘태산’이다. 지난겨울 태산이는 래브라도리트리버 ‘까미’와의 사이에서 귀여운 7남매를 낳았다. 

“아이들이 좋아하죠. 여섯 마리는 필요한 분들께 드리고 한 마리만 남겼는데, 체육관 아이들의 귀여운 친구입니다.”

어린 강아지는 아이들 앞에서 발랑 드러누워 충성을 맹세한다. 아이들이 강아지랑 뛰어놀면서 까르륵 깔깔 즐거운 웃음소리를 낸다.

“이곳으로 체육관을 옮기니 참 좋습니다. 체력 단련을 위해 논두렁을 따라서 홀리골까지 뛰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구령 붙여 동네를 돌면 한적하던 이곳에 아이들 웃음소리 난다고 어르신들이 더 좋아하십니다.”

임관장은 원래 씨름선수 출신이다. 두룡초, 충무중·고를 다니는 동안 줄곧 씨름으로 선수생활을 했다. 제대 후 인천에서 합기도 사범생활을 하다가 영산대 동양무예학과에서 무술과 각종 스포츠, 체육이론을 공부했다.

임관장이 운동을 배울 때는 전문적으로 운동할 사람들이 체육관을 찾았다. 엄하고 절도 있는 분위기 속에서 감히 사범님과는 눈도 못 맞추며 기술과 정신을 배우고 익혔다. 하지만 임관장은 당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무술을 통해 여유 있는 삶의 태도를 갖게 하고 싶은 것이다. 무술 속에는 기다림과 존중, 집중 같은 예(禮)가 들어 있다.

통영에서 임관장은 궁도 선수로도 이름이 크게 나 있다. 지난 2016년 통영 최초로 명궁7단이 되어 통영궁도의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서울시 체육회 실업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10월 초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는 서울 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올해 임관장은 4월 아산현충사에서 실시하는 대통령기 전국궁도대회 출전을 시작으로 연3회 시도대항전에 출전한다. 서울의 이름으로 뛰지만 통영의 자랑인 것만은 분명하다.

활시위를 팽팽히 잡아당기고 화살 끝에 머무는 바람의 무게를 계산하며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몸가짐으로 화살을 당기는 궁도처럼, 임관장은 서두르지 않고 오늘의 한 걸음을 걸으려고 한다. 특별한 날 아이들에게 궁도를 가르치는 것도 예(禮)로 시작해 예(禮)로 끝나는 궁도의 정신으로 바르게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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