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행성에서 활동한 2년의 이야기

故김희준 시인<br>
故김희준 시인

김희준 시인이 떠난 지 2년이 되었다. 그를 아까워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김희준 시인이 자신이 노래하던 올리브행성에서 지구별을 내려다보며 활동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대로 김희준 시인은 ‘현재진행형’의 성과를 지금도 기록하고 있다.

생전에 진행 중이던 시집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이 앞머리에 ‘유고’라는 글자를 달고 출간된 것이 2020년 9월, 2021년에는 수필집 ‘행성표류기’가 세상에 나왔다. 이 시집은 발행 2년이 채 안 된 현재 9쇄 2천 부 중쇄에 들어갔으며, 산문집은 3쇄 중쇄에 들어간 상태다.

시인이 학창시절부터 받았던 100여 개의 문학 관련 수상보다 더 굵직한 수상도 지난 2년 사이에 이어졌다. 2020년에는 시인의 시집이 다층시단이 뽑은 올해의좋은시집에 선정되었고, 2021년에는 ‘제14회 시인광장 올해의좋은시 상’과 ‘제11회 시산맥작품상’을 받았다.

종이책의 인기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요즘의 세태를 생각해보면 1만5천 부 이상의 출판은 대단한 일이다. 스물여섯의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안타까움 때문에 시인의 책을 소장하고 싶은 애독자의 응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의 안타까움 때문에 대학에서 시집을 교재로 선택하는 일은 없다. 특히 예비시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예창작과 교실에서는 더더욱….

“지난 학기,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님이 3학년 학생들이 희준이에게 쓴 편지를 모아 보내주었어요. 희준이 시집을 텍스트로 수업한 결과물이라면서.”

김희준 시인의 문우이자 친구이자 어머니인 강재남 시인은 이렇게 문득문득 올리브행성에서 김희준 시인이 보내준 소식을 받는다. 어떤 이가 김희준 평론으로 등단했다든지, 어떤 이가 논문을 써 보내준다든지, 무슨 상을 받게 되었다든지….

김희준 시인은 청소년기부터 통영의 시맥을 이을 시인으로 주목받았다. 등단하기 전에는 전국백일장의 장원을 거의 다 쓸다시피 했다. 2011년, 2013년, 2015년, 2016년 2017년에는 통영시인재육성장학금을 받았고, 우수장학 제도인 ‘푸른새벽통영장학생’ 첫 수혜자가 되었다.

2013년 개천문학신인상, 2015년 개천문학상 장원, 2017년 《시인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그는 시집 한 권 출판한 이력도 없이 2018년 올해의 좋은 시 100선과 현대시선 50선에 선정되었다. 월간 ‘시인동네’에서는 이 젊은 신인에게 ‘김희준의 행성표류기’라는 연재 코너를 내주었다. 시대 불명, 나이 불명의 우주여행자가 천문의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와 신화적이고 동화적인 상상력을 종횡무진 펼쳐놓는 작품이다. 이 ‘행성표류기’로 인해 김희준 시인은 2020년 아르코청년예술가 창작준비지원금을 받았다.

2018년에는 국립경상대학교 개교70주년 기념 ‘경상대학교 개척인 70인’에 선정되었고, 2019년에는 시산맥 특별기획 ‘시여 눈을 감아라’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조년문학제 때 심사위원을 한 장옥관 시인은 “당시 심사위원 간에 ‘대학교 2학년생이 어떻게 한두 시간 만에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그 논박 끝에 “근거 없는 예단으로 특출한 자질의 싹을 자르는 건 옳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대상으로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다. 이후 김희준 시인은 당시의 선택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계속 증명했다.

김희준 시인은 2017년부터 통영청소년문학아카데미에서 통영의 문학 청소년들을 가르쳤다. 학생들은 김희준 시인을 ‘애기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랐다. 주강사는 어머니 강재남 시인이었지만, 학생들은 같은 눈높이에서 신선한 발상을 틔워준 김희준 시인에게 많은 영감을 얻었다. 두 시인의 문학적 영향으로, 청소년문학아카데미 학생들은 개천문학제를 비롯한 백일장과 시낭송대회에서 해마다 우수한 성적을 냈다.

2020년 7월 24일, 어린왕자가 소행성 612호로 떠나던 날처럼, ‘빗길의 교통사고’로 시인은 올리브행성으로 떠났다.

김희준 시인의 지도를 받았던 학생들은 ‘올리브행성과희준의아이들’이라는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고, 추모제를 직접 주관하기로 했다. 2주기 추모제는 24일 오전 10시 세자트라숲에서 열린다.

회장인 부산대 1학년 이미성 학생은 “작년에는 코로나19로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고 각자 와서 꽃 한 송씩 올렸는데, 올해는 한자리에서 김희준 선생님을 맞는 추모제를 하게 되어 다행이고 기쁘다”면서 “우리 애기선생님께서 불멸의 생을 살도록 저희가 잘 보살피고 또 선생님께서 추구하신 문학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6학년 시연 학생은 “애기선생님은 항상 밝고 크게 웃어주시는 선생님이었다”고 추억하면서

“긴 생머리를 빗던 선생님 모습, 시낭송을 가르쳐 주시던 모습,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 라이브톡으로 수업을 하면서 신기하다며 웃으시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위태롭고 불안한 문장을 구사하면서 남다른 발상과 신선한 목소리, 가벼운 보행의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상상력으로(시집 발문의 평론 인용)” 시를 썼던 김희준 시인은 ‘올리브행성과희준의아이들’ 속에서 발랄한 은유로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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