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바스케스 지휘자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개막공연을 열었다.

‘변화하는 현실(Changing Reality)’을 주제로 열린 통영국제음악제가 지난 4일 폐막공연을 끝으로 열흘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억눌려 있던 열망이 표출된 듯, 2년 만에 열린 이번 음악제의 평균 좌석점유율은 92%에 달했다. 20개 공연 중 13개 공연이 일찍이 매진되었으며 공연 직전까지도 표를 구하려고 애쓰는 관객들의 문의가 줄을 이었다.

개막공연 협연자 변경, 부산시립교향악단 공연 취소,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부상으로 인한 공연 취소 등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쉽지 않은 여정으로 출발했지만, 대한민국 클래식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4년째 거르지 않고 음악제에 참석하고 있다는 한 황금파도 회원은 “코로나로 인해 국경이 자유롭지 않았는데도 아주 다채롭고 풍성한 음악제였다.”면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좌석이 50%만 열려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국제음악재단이 제작한 ‘디어루나’와 ‘야드’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해마다 자체 제작 공연을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아 왔다.

‘디어 루나’는 발레리나 김주원이 예술감독으로 나서며 현대 무용가 최수진의 안무, 작곡가 김택수의 음악으로 합을 이루어 ‘어디서도 보지 못한 예술 장르’라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 받았다.

‘야드’는 임채묵 작가의 소설을 판소리 드라마로 선보인 작품으로, 조선소의 흥망을 경험한 통영에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었다.

밴드 이날치의 멤버인 소리꾼 ‘안이호’는 삭막해 보이는 조선소의 야드를 배경으로 조형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조선소 노동자의 삶을 표현했다. 1년이면 몇 명씩 장애를 얻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 실제 조선소의 삶이 심상한 대사와 판소리로 구현됐다.

또 한가지 눈여겨볼 만한 연주는 피아니스트 4인 4색 마라톤 콘서트였다. 저마다의 고유한 스타일로 훌륭한 피아니시즘을 펼치고 있는 4명의 피아니스트들이 피아노 배틀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다양한 개성과 스타일을 한 무대에서 접할 수 있었던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획으로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공연이 진행되었던 170분 동안 재단 공식 채널을 통한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조회수는 3,500명 이상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2021 통영국제음악제는 베토벤의 웃음과 모차르트의 눈물이 교차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베토벤 교향곡 제8번과 모차르트 레퀴엠이 연주된 폐막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임선혜,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파벨 콜가틴, 베이스 박종민,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대전시립합창단이 출연하며 사샤 괴첼이 지휘를 맡았다. 특히 마스크를 쓰고도 부족하지 않은 전달력과 사운드를 선사한 합창단의 연주는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고 관객들은 레퀴엠의 연주가 끝난 뒤 박수와 갈채를 자제하며, 수준 높은 감상 매너를 보여주는 동시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코로나19로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는 위로의 시간을 함께했다.

조선소의 삶을 우리 소리로 풀어낸 판드라마 ‘야드’
‘야드’ 공연이 끝나고 관람객들이 퍼포먼스가 남긴 조형물을 찍고 있다.
새로운 시도로 주목 받은 ‘디어루나’
최다 스트리밍 조회수를 기록한 ‘피아노 마라톤’
합창과 함께한 폐막공연

격조 있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이용민(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길을 만나면 바르게 걸어라’

이번 음악제 ‘디어 루나’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2021통영국제음악제는 늘 걷던 길을 걸을 수 없었습니다.

길을 만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모든 분들의 덕분에 음악제가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노라고 감사 인사 한 줄 보내드리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통영국제음악제가 ‘격조있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저희 나름의 가상한 노력을 기울였고, 또 안팎으로 응원하고 지켜보아주신 여러분들이 그것이 의미있는 시도였음을 인정해 주신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불편한 절차를 감수하고 참여해 주신 아티스트, 일상적 프로토콜이 작동하지 않는 현장에서 고군분투해준 스태프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매진행렬로 응원해 주시고 객석을 채워주신 음악 애호가 여러분들, 무엇보다 저희를 믿고 끝까지 격려해 주신 통영시민 여러분!

모든 분들께 뜨거운 마음으로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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