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고 씨름부, 재창단 첫해 청장급 우승
조정헌 감독 “2년 후 고교씨름 평정이 목표”

통영 씨름의 부활을 이끌 고교 장사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충무고(교장 박양동) 1학년 최이건 선수다. 그는 지난 5일 끝난 17회 학산배장사씨름대회 고등부 청장급(-80kg)에서 우승했다.

최이건 선수의 청장급 우승에 모두들 놀라고 있다. 2학년 정도에 고교 평정은 가끔 있는 일이지만, 1학년이 2~3학년 형들을 제치고 우승하기는 쉽지 않다.

씨름판에선 초·중학교 때부터 유망주로 어느 정도 알려진 선수지만, 근력과 체형이 성인처럼 커지는 고교대회에서 1학년 우승은 예상외로 평가 받는다.

충무고 씨름부는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창단돼 전성기를 누리다 2004년경 씨름의 침체기와 함께 해체됐다.

옛 영광 재현을 기치로 교육청으로부터 지난해 12월 교기 인준을 받아 씨름부는 창단했다. 모교출신 조정헌 감독과 최이건(청장급), 김선우(경장급), 신승원(소장급), 원종한(용장급), 설준석(역사급) 등 5명의 선수로 창단됐다. 선수들은 이미 중학교 때 결승 무대를 밟아본 경험자들이다.

올해 코로나 확산으로 아직 창단식도 제대로 못했지만 통영시체육회(회장 안휘준)와 통영시, 교육청 등 주변의 도움이 컸다.

창단 첫 시즌 선수 부족으로 7체급의 단체전 대신 개인전에 출전해 첫 영광을 맛봤다. 내년 충무중 3명의 후배들이 입학하면 단체전에도 출전한다. 그래도 1~2학년 선수로만 구성돼 상대적으로 팀 전력은 열세다.

고교 씨름판에서 첫 체급 우승을 맛본 최이건 선수는 인평초 4학년 때 씨름을 시작했다. 그러나 유도와 병행하던 최이건은 5학년 때 다람쥐급 전국대회 우승을 계기로 씨름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충무중 시절엔 지금의 친구들과 함께 전국을 제패했다. 단체전은 물론 3학년 때는 소년체전 금메달 등 4관을 달성하며 적수가 없을 정도로 연승을 달렸다.

올해 학산배 청장급 우승도 주위에선 놀라지만, 조정헌 감독은 최 선수의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했다.

조정헌 감독 역시 초등시절부터 대학까지 영리한 경기 운영과 기술씨름으로 선수생활을 보냈다. 충무고 4회 졸업생이자 씨름부 3기인 조 감독은 그동안 유소년들을 지도하며 통영 씨름판을 지켜왔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쉽지 않은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충무고 씨름부 재창단은 통영 씨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 첫 신호탄을 최이건 선수가 쏜 것이다.

최이건 선수의 주특기는 들배지기와 잡채기다. 상대를 가장 무력하게 만드는 들배지기와 잡채기는 중심을 빼앗는 기술이다. 그만큼 자신의 중심잡기도 좋아야 한다.

조정헌 감독은 “이건 선수는 중심이 좋고 근력도 3학년을 이길 정도다. 평소에도 적극적이고 예의도 바른 선수로 씨름계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충무고는 8명의 크루가 함께하는 새해부터 단체전에 출전한다. 씨름 명문고들과 싸우기에 아직 열세지만, 의지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조정헌 감독은 서두르지 않는다. “학교의 지원에 선수와 학부모, 지도자가 하나로 뜻을 모으면 우승도 가까워진다.” 씨름판 경험을 통해 어느 길이 지름길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충무고로 오려는 선수들도 있지만, 우선은 통영에서 발굴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나갈 계획이다.

“충무고는 개인전 성적을 바탕으로 2년 뒤 단체전 전국 제패가 목표입니다. 선수들을 좋은 대학으로 진학시키는 것도 지도자의 역할이고요.” 조정헌 감독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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