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있는 단상/초대시선-아네모네
꽃이 있는 단상/초대시선-아네모네
  • 통영신문
  • 승인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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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떠들썩한 증상이 시작된 것일까
까마득한 아래로 떨어지는 공포처럼
간질거리는 엷은 꽃잎에
더운 물을 끼얹어 보지만
다시 살아나는 악(惡)이 난무한 곳에
먼 봄날에서 날아왔는지
반짝이는 해안에서 본 적도 없고
가지고 싶은 전부를 다 가진 얼굴

아직은 아닐거라는 확신에
등불처럼 밝혀오는 치명적인 빛깔에
촘촘하게 적어 보낸 안부
바람이 먼저 읽기 전에
명징한 낙화를 기다려야지
씨앗 하나 가져갈 길도 막아버리는
낮게 흔들리는 바람에도
빙 빙 돌며 움츠리는 나는 박약한 사람

어느 꽃그늘을 만들어야 할까
그림자도 소스라치게 떠는데
날아보아라 절세의 융단
눈부신 꽃잎으로 하늘의 심장을 열어 줄
이승의 가장 마지막 땅에 심을
까만 꽃씨 품은 아네모네여


*아네모네 : 다양한 꽃 색깔을 가진 아네모네는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모든 말들이 다 꽃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부터 봄까지 꽃집에서 흔하게 즐길 수 있는 아네모네는 여린 꽃잎에 비해서 만개를 하고도 개화기간이 긴 특징을 가졌다.

정소란(시인)

정소란 시인 (1970년 통영출생)
-2003년 월간 ‘조선문학’ 등단
-2019년 시집 (달을 품다) 출간
현재 시인의꽃집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