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임신 소식이 왔다. 점 하나가 나타나 있는데, 이것이 생명체라고 한다. 믿어지지 않지만 산부인과 의사의 판단이니 확실할 것 같았다. 기쁨과 축하로 온 집안이 환호하였다.

산부인과에서 지역 보건소로 임신 사실이 통보되었고, 다음날 보건소로부터 간호사가 배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출산 때까지 해당 간호사가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체크하기 시작하였다. 간호사는 의사와의 협의를 통하여 임산부의 건강을 체크하였다. 태아의 성장 속도에 맞춘 국가 차원의 보건 정책이 가동하기 시작하였다. 비용은 국가 의료보험 공단으로부터 지급되기 때문에 비용 부분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출산 날이 다가왔다. 아이의 옷, 기저귀, 수건 등의 출산 용품 세트가 도착하였다. 그리고 집에는 아이용 침대와 이부자리도 도착하였다. 집안의 환경조사가 시작되고, 유아 환경에 맞는 리모델링 계획서가 도착하여 동의하였다. 집 리모델링이 시작되었고 환경부에서는 영유아 환경의 적합도를 평가하고 합격증을 교부하여 주었다. 비용은 국가 지급 체계이기 때문에 얼마인지 모른다. 산후조리원까지의 이동은 의사, 보건소 직원 그리고 산후조리원 간호사들이 모두 동원되었다. 그곳에서 산모는 4주간을 편안하게 생활하게 되었다. 아이 출산에 따른 고통보다는 새 생명을 얻은데 대한 행복감이 가득하였다. 영유아 도우미 바우처가 도착하여 우리에게 맞는 도우미를 선택할 수 있었다. 국가인적자원 웹사이트에 만족도 조사 그리고 애로사항 모니터링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직장의 사장님은 직원의 출산으로 인하여 회사의 국가 인적자원 공헌 점수가 올라가 세금 혜택에 입찰 가산점까지 받았다고 한다. 한살부터 다니는 종일형 어린이집은 보육환경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매일 아침이면 집으로 돌보미가 와서 아이를 인계하기 때문에 등원에 따른 부담도 없었다. 3년까지의 임금 보전은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었고, 회사로부터는 출산에 따른 인센티브가 지급된다고 하니, 출산 전보다는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셈이 되었다. 재직회사에서는 직원의 출산에 따른 국가 공헌도에 비례하여 호봉과 근무 연수의 가산점이 부여되어 1.5배의 빠른 승진이 보장되었고 월급도 올랐다. 국가의 인적자원을 확보하는데 공헌하였다는 사회적인 공감대로 격려와 축하 속에 직장으로 복귀하였다. 공무원 친구들 중에서 아이를 낳은 수의 1.8배의 공헌 점수를 인정받아 호봉, 승진, 이동, 유학 및 연수 평가 가산점을 받았다. 아이 낳은 엄마들의 보람과 긍지가 참으로 크다. 대학교까지 무상교육 그리고 특기 적성 교육도 공교육에 흡수되어 있으니 사교육비 지출이 없다. 결혼 연령이 큰 폭으로 낮아지고, 입양을 받은 부모도 산모와 같은 혜택을 받게 되었다.

신생아 수는 1970년대 매년 90~100만 명에 비해 2000년대는 매년 46만 명이 태어나는 반토막 출산율이다. 인구 절벽으로 국가 재난이 예견되고 있다. 초저출산국을 고출산국가로 변화시키는 혁명적인 인구정책을 나는 가끔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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