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 희망일자리 화가 10명 마을 벽화 그려
연기마을, 사량도 돈지마을, 도천동 벽산쉼터에 새로운 그림

용남면 연기마을

올여름, 제8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견내량 돌미역 틀잇대 채취어업’의 마을 방파제가 바닷속 풍경의 새옷을 입었다. 견내량 해협을 사이에 두고 거제와 얼굴을 맞대고 있는 연기마을이다.

마을 입구 쪽에 ‘국가중요 어업유산 자연산 돌미역’이라는 글씨를 시작으로 해초와 물고기가 나풀거리며 해간교까지 이어진다.

그런가 하면 윤이상 기념관 뒤로 새로 조성된 ‘벽산쉼터’도 새옷을 입었다.

이 벽화들을 그린 이는 통영의 미술작가 10명이다. 통영시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내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시민과 관광객에게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코로나19 극복 희망일자리‘우리 마을 벽화꾸미기 사업’을 시행하여 화가 10명을 모집하게 된 것이다.

사량도 돈지마을에서 벽화를 그린 화가들

코로나19 극복 희망일자리 ‘우리 마을 벽화꾸미기 사업’은 국도비 보조사업으로, 통영시는 지난 8월 도내 6개 시군에 선정되어 총 사업비 2억 원 중 3천912만4천원을 확보했다.

통영시는 9월에 사업 참여자 모집 공고를 통해 미술종사자 또는 관련 전공자 10명을 채용했고, 채용된 화가들은 10월 5일부터 11월 30일 기간 동안 사량면 돈지마을, 용남면 연기마을, 도천동 벽산쉼터 등 3개소에 벽화를 그렸다.

벽화 그리기에 앞서 화가들은 사업 관계자와 함께 그림 그릴 마을을 방문,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미역을 자랑으로 내세우는 연기마을은 “미역과 바닷속 풍경을 그려달라.”고 요구했고, 사량면 돈지마을은 등산로 입구인 것을 감안해 마을 자랑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도천동 벽산쉼터

그래서 결정된 것은 용남면 연기마을은 마을 특산물 ‘견내량 미역’을 테마로 한 그림, 도천동 벽산쉼터는 ‘윤이상 선생과 음악’테마로 한 그림, 사량면에서는 ‘살기좋은 섬마을 만들기’ 테마로 그림이었다.

사량도 돈지마을은 섬지역의 특성상 주말을 이용해 마을회관에서 숙박을 하며 그림을 그렸다. 토요일 새벽 일찍 배를 타고 들어가 일요일 늦게 나오는 일정이었지만, 화가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벽과 씨름했다. 미처 완성하지 못한 그림은 나중에 개별적으로 들어가 더 그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은 “우리 집 벽에도 꽃 그려 주소.” 하며 적극적으로 요구했고, 작업하는 내내 간식과 물을 제공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벽산쉼터는 도천동 골목길 활성화 사업 때 조그만 건물이 있던 집터를 개조한 작은 공원이다. 사업에 후원자가 돼 준 벽산엔지니어링에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공원 이름을 ‘벽산쉼터’라 했는데, 아직 잘 알려져 있지는 않았다.

이번에 화가들이 이곳 벽에 꽃과 나비, 첼로 등을 그려넣어 윤이상 학교 가는 길의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물씬 냈다.

작업 반장이었던 양수석 통영미협 지부장은 “우리 선생님들이 모두 즐겁게 보람있게 일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림 작업에 참여한 한 작가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주셔서 시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작가라는 이름값을 받고자 한다면 터무니없는 사업비일 수 있지만, 작가는 통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시민은 아름다운 공간을 누리게 됐으니 큰 보람이다.

한 작가는 “벽화 사업 중 만난 현지 주민들의 따뜻한 온정과 관심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통영의 숨겨진 공간들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바뀌는 과정 자체가 커다란 즐거움이었고 보람찬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도천동 벽산쉼터
용남면 연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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