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된 운수회사 소장님
시인이 된 운수회사 소장님
  • 김선정 기자
  • 승인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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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통 임성근 소장

30여 년 동안 한 직장만을 우직하게 다닌 임성근 소장이 나이 이순이 되어 시인이 되었다. 작년, 열린동해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하더니, 올해는 신인문학상 받은 작가들끼리 하는 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대상 상금과 수상자에게 주는 출판 혜택의 기회를 잡아, 내친 김에 시집까지 출판해 버렸다.

마치 물길을 가둬만 두던 보에서 물이 차고, 차고, 차오르다가 마침내 넘친 다음에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흘러가는 것처럼, 그는 신인상을 받자마자 거침없이 시인으로서의 행보를 걷고 있다.

열린동해문학뿐 아니라 글벗문학회, 한국문학창작예술인협회, 통영문인협회 등 각종 문학회에 가입해 열심히 문학 세계를 두드리고 있다. 겨우 1년차 시인이지만 한국문학창작예술인협회에서는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은 늘 가슴 한켠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이 임종성 시인이셨어요. 지금도 그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 그 분위기 이런 것이 기억납니다.”

마음속에 심긴 줄도 모르게, 시의 씨앗은 살그머니 그의 무의식 속에 묻혔다. 제대하고 부산에서 회계사무소에 다니던 청년에게는 바쁘고 건강한 오늘이 중요했다.

“3년쯤 직장에 다녔는데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아버지 혼자 계시니까 통영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지요.”

그는 내리 딸 다섯을 낳은 다음에 얻은 귀한 아들이었다. 더구나 딸들 중 둘은 먼저 별이 되었으니, 얼마나 귀하고 아까운 아들이었을까. 남동생 하나가 더 태어날 때까지, 아니, 남동생이 태어나서도 그는 ‘업혀본 적이 없는’ 아들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그를 “안아서만” 키웠다.

통영에 돌아와서 처음 들어간 직장이 시외버스 운행사인 대한여객이었다. 1989년 3월 1일 입사해 올해 9월 25일까지 그는 32년 동안 한 직장에서 일했다. 그리고 올해 계열사인 부산교통 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같은 소장이지만, 맡고 있는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시외버스는 영업만 신경 쓰면 됐습니다. 사무실 직원도 3명뿐이었지요. 그렇지만 부산교통은 영업, 노무, 안전 등 모든 것을 총괄해야 합니다. 직원도 30명이나 되고 기사님도 140명이지요. 통영 영업소이긴 하지만, 진주 본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대하고 업무를 총괄한다는 건 확실히 더 힘든 일이다. 하지만 함께 하는 직원들과 마음이 잘 맞아 회사생활은 더 즐겁단다.

“전에는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기 일쑤였는데, 함께 일할 동료들이 있다는 게 참 좋은 일입니다.”

시인이 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를 시로 이끈 건 어린 딸이었다. 지금은 서른세 살, 한 사람 몫의 어른노릇을 단단히 하고 있는 이 딸은 어린 시절, 글쓰기에 재능을 보였다.

“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동백축제 1회 글짓기 대회에서 초등부 장원을 했어요. 재능이 있고 글쓰기를 즐거워하니까 아이를 데리고 개천예술제나 한산대첩 축제 같은 데를 다니게 됐지요. 아이가 글을 쓸 때 나도 끼적이게 된 글이 어느 정도 모이게 되니까 문학회를 찾아보게 되더군요.”

7년 전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는, 재작년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글을 쓰는 ‘샘터문학’에 입회해 밴드로 소통하며 같이 글쓰기를 공부했다. 거기서 얻은 정보로 공모전에 응모를 하게 됐는데, 뜻밖에 빠른 등단이 돼 버렸다.

등단에서 시집 출판까지, 숨 가쁜 한 해였지만 어느 때보다 보람 있었다.

“어디나 힘들겠지만 코로나19로 버스도 무척 힘듭니다. 와서 직접 상황을 보니까 적자가 생각보다 더 많더라고요. 빈차로 갔다 오더라도 약속된 시간에는 운행을 해야 하니까요. 시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운영이 안 될 정도입니다. 버스는 소독과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으니까 꼭 시내버스 많이 이용해 주세요!”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인이 된 운송회사 소장은 이 어려운 시간을 시로 녹여낸다.

“마스크로 얼굴을 감싸고/나 아닌 모든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경계하여 쳐다보는 서글픈 마음에... (詩 ‘혼자인 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