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마중
겨울 마중
  • 통영신문
  • 승인 20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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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이른 아침에 만나는 북신만의 바다 물결이 변하기 시작한다. 간간이 떠있던 해파리도 사라졌다. 바람결에 응답하는 잔잔한 물결이 바다 위를 장식한다. 날쌔게 물고기를 낚아채던 바다새도 어디론가 이사를 간 듯하다. 해양공원의 참새들은 소나무 위가 자기 고향인 양 진을 치고는 재잘거림으로 소란을 떤다. 해변의 나무들은 추운 바람과 맞서기에 힘들어 보이지만 그래도 버티어야 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달음박질하는 우리 앞을 세찬 바람이 두 팔 벌려 막지만 요리조리 뜀박질 한다. 낙엽들은 바닥에 드러눕기도 하고 어깨를 흔들면서 자리를 이동하기도 하는 등 흩날림으로 아직도 살아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은 아파트 벽면에 부딪치고 골목을 달려 옷깃을 여미게 한다. 찬 기운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긴 호흡과 만나 따듯한 입김으로 되돌아 나왔다. 그 입김으로 데워진 손으로 볼을 비벼서 온기를 만들었다. 가을은 이미 생기를 잃었다. 계절은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임무 교대를 하기 시작한다. 이제 추위가 골목대장이 되어 한해의 마지막을 장식하고자 하고 있다. 자연은 다양한 계절을 만들어 때론 더위에, 때론 시원함에, 때론 추위에 우리를 견디게 하면서 삶의 변화무상함도 이겨내는 지혜를 주고 있다.

농장 수목의 전정을 서둘러야 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적다. 그래도 삭풍이 불기 전에 작업을 마쳐야 한다. 톱, 예초기, 전정가위, 사다리 등의 농기구를 챙기고 이번 주말 부터는 전정을 하여야겠다. 과수원에서 일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 태풍에 농장 집의 처마가 부서졌다. 큰 추위가 오기 전에 처마의 잔재를 정리하고 벗겨진 타일 외벽도 수선을 하여야한다. 추위가 다가오면 풀들의 자람이 느리다. 그래도 도랑에 자란 풀을 베고 정돈을 하여야겠다. 어쩜 금년의 마지막 예초를 하게 될 것이다. 오는 겨울을 지나게 되면 봄에는 파릇파릇한 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텃밭의 배추는 제법 굵어졌다. 배추 잎 속에는 벌레들이 진을 치고 있다. 손으로 잡기도 하고 식초 물을 뿌리기도 하지만 벌레들의 악착같은 생명력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조금은 그들에게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배려가 아니겠는가? 구멍이 듬성듬성 있는 배추이지만 무공해 자연산 배추를 수확한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12월 중순에는 김장을 할 예정이다. 형제들이 모두 모여서 자식들에게 줄 김치까지 담그니, 큰 행사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농장에서 1박 2일간의 김치 담그기는 겨울마중의 큰 행사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매년 순회하고 있다. 한여름의 최고 온도는 35℃ 정도이다. 그리고 겨울의 최저 온도는 영하 20℃ 정도로서 55℃의 편차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온도의 변화를 극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계절마다의 의상이 다르고 먹거리도 다양하다. 사계절과 큰 온도 편차가 우리 문화의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긴~~~ 밤의 시간이 다가 온다.

따뜻한 방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마주하는 행복한 겨울의 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