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프로젝트 총괄감독 조권영

“한 번 웃으면 10년이 젊어지는(一笑一少), 작지만 잔잔한 웃음이 넘치는 동피랑을 만들겠습니다.”

동피랑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조권영 총괄감독을 만났다. 조권영 감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남도가 주최하고 통영시가 주관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을 맡아, 올해 말까지 동피랑 곳곳에 아름다움을 선사할 계획이다.

“저희 프로젝트에는 통영미협, 연명예술촌, 도산예술촌의 작가 34분이 참여하고 계세요. 피카소와 모네를 모셔다가 대문에 페인트 칠 좀 해달라고 하는 격인데, 작가님들이 너무 성실하게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지요.”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기업인 등 각계 분야의 국민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다. 공연은 중단되고 전시장은 문을 닫았다.

코로나19가 도둑질해 간 2020년, 어떻게 함께 위기를 극복해갈까를 고민하는 여러 시도 가운데 하나가 2020공공미술이다. 정부에서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어려운 상황 속에 놓인 작가들도 살리고, 도시에도 생기를 더하려는 사업이다.

가뜩이나 창작활동이 어려워 위축되어 있던 작가들이 동네를 피어나게 하는 보람으로 공공미술에 참여하고 있다. 이 전체적인 디자인을 조율하는 역할이 바로 조권영 총괄감독의 일이다.

“우리 작가님들은 각자가 모두 독특한 미술세계를 구축하고 계신 분들이에요. 그러나 공공미술은 마을 전체를 하나로 봐야 하기 때문에 조율이 필요하지요.”

작가들과 함께 동피랑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권영 감독은 도시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다. 서비스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박사 논문도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주제로 준비중이다.

“담당 교수님이 국내 공공디자인으로는 선구적인 분이셨어요. 그분을 통해 일반 디자인과는 또 다른 공공디자인을 배웠지요.”

한산도에서 태어나 통영에서 자란 통영 사람이어서 고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오랜 시간 디자인학원을 운영하며 도시 디자인을 직접 해온 디자이너이면서, 일반 미술과는 또다른 공공미술의 개념을 알고 적용해 온 학자이기에 이루어진 영입이었다.

“처음에는 선정위원으로 참여했어요. 문화체육부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맞도록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는 일이었지요. 그러다가 막상 일을 시작하려고 하자, 전체 큰 그림을 그리면서 작가 선생님과 조율할 사람이 필요해 총괄감독직을 맡게 됐습니다.”

첫 걸음은 쉽지 않았다. 마을 전체를 하나의 테마로 이끌어가면 좋은데, 이미 동피랑은 격년제로 하는 벽화 그리기 ‘아트 동피랑’이 진행되고 있었다. 많은 벽이 새 옷을 입고 있었지만 주관 부서가 달라, 아트 동피랑에서 진행한 벽화는 조율할 수 없었다.

“모두 처음에 하는 말이 ‘또 동피랑이냐?’였어요. 이미 지속협에서 벽화를 그리고 있는데, 거기에 또 다른 사업을 추가하면 통영 전체의 균형 면에서도 그렇고 사업간 충돌 면에서도 그렇고 문제가 우려됐지요.”

하지만 통영시는 나름대로 고심이 있었단다. 2022년에 통영국제트리엔날레를할 건데, 동피랑이 주요한 무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동피랑에 실제적으로 필요한 기반시설은 벽화로 그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소통이 선행되어야 했기에, 조권영 감독은 세미나를 먼저 열었다. 작가들을 6팀으로 나누고, 각자의 개성을 접고 협업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디자인, 재료, 위치… 무엇 하나 난관 아닌 것이 없었지만,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주민들께서 안내판이나 쉼터 조성 등을 요구하세요. 그러고 보니 일방통행 표시도 제대로 안 돼 있는 거예요. 전체 디자인과 어울리도록 표지판도 새로 만들고, 쉼터에도 통영의 색을 한껏 살릴 수 있는 나전의자를 놓기로 했어요.”

벽화 8곳, 주민참여작품 1곳, 조형물 설치 2점이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다. 통영 나전의 멋을 한껏 살린 ‘까꾸막 나전쉼터’와 LED 불이 들어오는 부조 날개도 공을 들이고 있는 작품이다. 단순한 벽화가 아니라 타일 등을 이용해 좀더 오래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선생님들 그림이 너무 좋은데, 작업하기 쉽고 큰 벽에는 이미 다 벽화가 들어있어서, 그리기 어려운 곳이 작업환경이 될 수밖에 없어요. 사업장소가 겹치다 보니 파란색은 좀 자제해 달라는 식의 요구도 있었지요. 전체 콘트롤타워가 먼저 있고, 사업이 일원화되어서 진행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그러나 어쩌랴. 온 나라가 위기 가운데 갑자기 하게 된 사업이니, 그 안에서 최고의 효과를 끌어낼밖에.

“인근 도시에서는 타도시의 작가들을 영입해 와 작업을 한다는데, 예향 통영이어서, 훌륭한 지역 작가님들이 함께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여러 악기가 한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이런 역할일까. 조권영 감독은 실력 있는 작가들이 동피랑을 멋지게 피워내도록 연주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통영색을 살릴 까꾸막 나전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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