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의 큰 꿈
작은 학교의 큰 꿈
  • 김선정 기자
  • 승인 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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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중학교 교장 이갑식

“가장 우수한 중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이갑식 교장은 작년 산양중학교 공모교장에 도전하면서 이런 꿈을 꾸었다. 교사, 학생들과 함께 의논하고 소통하면서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겠다, 학생 개인에게 꼭 맞는 꿈을 찾아주겠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수업하는 배움 중심의 수업을 하겠다, 독서, 예술, 스포츠를 통해 즐기면서 다니는 학교가 되게 하겠다…

그의 이런 꿈은 공모교장 당선으로 한 발짝 가까워졌다. 작년 9월, 그는 산양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했다.

“산양중학교 졸업한 아이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고 결심했지요.”

그가 이런 꿈을 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행복학교’와의 만남이다. ‘행복학교’는 박종훈 교육감이 심혈을 기울여 추구하고 있는 ‘경남형 혁신학교’의 이름이다.

지난 2018년 통영문화원 전통무용반 양반춤 발표 당시

“2014년 3월부터 6개월간 도 교육청 인턴장학사로 파견근무했어요. 그때 처음 ‘경남혁신학교’ 개념을 알게 됐고, 미래 교육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2014년 9월에 충무여중 교감으로 발령받은 이갑식 선생은 당시 교장선생님과 의기투합하여 충무여중에 행복학교를 도입했다. 행복학교 1기에는 경남에서 80개 학교가 지원하여 11개 학교가 지정됐다. 통영에서는 충무여중이 유일하게 선정됐다.

“행복학교는 학생이 교육의 주체가 되는 겁니다. 모든 것을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그 결정에 스스로 책임지는 참교육을 실천하는 것이지요.”

한 마디로 지시하면 쉽게 끝날 것을, 민주적으로 경영한다고 계속 회의하고 워크샵을 하면서 나가자니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실질적으로는 업무 부담이 엄청 늘어나지요. 그러나 점점 행복학교의 가치관을 체득하게 되면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생의 역량이 다 같이 높아지게 됩니다. 저는 충무여중에서 그런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산양중의 실정에 맞게 행복학교의 개념을 정제해 학교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충무여중이 위치한 인평동에는 학령기 인구가 많지 않아, 대부분 먼 지역에서 2~4지망으로 지원한 학생이 배정을 받는다. 인근 인평초의 졸업생만으로는 1학급을 겨우 채울까 말까.

“거리가 먼 충무여중에 배정받았다고 속상해하면서 입학한 학생들이, 행복학교 시스템 덕에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졸업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충무여중에서 온 아이들은 더 주도적이고 반짝인다’는 피드백을 해주곤 하셨지요. 이제 산양중학교 학생들이 그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겁니다.”

한 학년 20명 내외의 작은 학교. 하지만 행복학교의 시스템은 작은 학교에 더 유리했다.

몇 년 전 통중과 통폐합이 논의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학교를 지키자”는 열의가 고조돼 있었다. 학부형, 동창회, 지역 기업들이 학교를 위한 일에 발 벗고 나서 주었다.

산양중 총동창회와 산양읍장이 기증한 소나무를 심으며 학교의 발전을 기원했다.

“부임하고 두 달이 채 안 된 10월 21일에, 학교 운영위원장(최형재, 11회 졸업생), 총동창회 회장(최정우, 6회 졸업생), 당시 산양읍장(천복동, 5회 졸업생)들이 참석하여 운동장 조례대 양쪽에 교목인 소나무 두 그루를 심었습니다. 소나무는 산양중학교 총동창회에서 한 그루, 당시 산양읍장님이 한 그루 기증해 주셨지요.”

교목을 심으며 학교의 발전을 소망하는 그분들의 열망과 이갑식 교장의 열정이 만나 산양중학교는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산양농업협동조합(조합장 김명수)에서 매년 산양중학교 신입생 전원에게 2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었습니다. 학교를 살리고자 하는 지역사회의 열망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알 수 있지요. 내년에는 학교장 장학금 10만원이 더 보태져, 신입생 전원에게 30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지난해까지는 산양초등학교 외에 미륵도에 있는 3개 초등학교에서만 산양중학교를 지원할 수 있었다. 산양중학교에서는 진남초등학교를 집중 공략하며 학교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 결과 수년 동안 학년당 한 학급이던 산양중학교가 1학년 2개 학급이 됐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강당에서 하는 입학 설명회가 어려워지자, 각반을 돌며 학교를 홍보했다.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나서, 홍보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내년에 산양중은 44명의 입학생을 받게 됐다.

“아무리 다양한 활동이 있어도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력이 향상되지 않으면 학생 보내기를 꺼려합니다. 우리 학교는 학력향상과 다양한 체험을 통해 학생들 개개인의 꿈을 찾아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이 늘면 당장 걱정스러운 건 통학문제다. 산양중학교에서는 세포고개에서 돌아가는 미수동 종점의 버스들의 구간을 연장해, 산양삼거리에서 돌아가게 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첫 발령지가 충무고등학교였습니다. 충무여중에서 근무하고 있던 국어교사인 아내를 만났고, 거제 7년을 제외하면 계속 통영에서 교사생활을 했습니다. 퇴직 후에도 계속 통영에서 살 겁니다.”

통영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이갑식 교장의 꿈은 산양중학교의 꿈과 하나가 되었다.

지난 6월 온라인 수업 이후 1학년이 첫 등교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