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고등학교 이인규 신임교장

동원학교에서 32년, 이인규 교장(60)은 이달부터 동원고등학교 수장이 되어 교직원 68명, 학생 797명을 책임지게 됐다.

“첫째 코로나19와 같은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있기 때문에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하겠고, 둘째 인문계 학교이다 보니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학력 향상과 진로지도’에 마음을 다할 것이며, 셋째 미래 교육이 앞당겨진 만큼 ‘미래교육에 준비를 다하는 학교’를 만들도록 애쓰겠습니다.”

교직인생 전부를 몸담아온 학교이기 때문일까, 이인규 교장은 학교에 대한 애정과 방향이 뚜렷하다. 1989년 동원중학교에 첫 부임해 20년 동안 중학교 교사로, 2008년부터 12년 동안은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15년 동안 부장교사를 지냈고, 2015년부터 5년 6개월 동안 교감을 지냈다.

“우리 때는 계열로 들어가 전공을 나중에 선택했어요. 수학을 좋아해서 이공계로 들어가 앞으로의 비전을 보고 물리를 선택했지요.”

물리교사가 된 이인규 선생은 통영 동중에 첫발을 디뎠다. 아이들과 뒹굴다보니 어느새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통영은 이인규 교장의 두 번째 고향이 됐다.

“중학교에서는 물리를 가르치지 않고 과학을 통합교과로 가르칩니다. 과학은 각종 대회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경시대회를 참 많이 다녔지요.”

처음 교직을 시작했을 때는 컴퓨터가 지금처럼 상용화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인규 선생은 정보통신 연수가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신청을 하여 배워가면서 컴퓨터를 학교 속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홈페이지 만들고 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아예 대학원에서는 정보통신을 전공했지요.”

‘하고 싶어서’ 만든 동원중 홈페이지는 학교 홈페이지 경진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2005년 통영교육청에서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재교육원을 시작했다. 이인규 교장은 당시 역량있는 과학교사로서 영재교육원의 초기 시스템 구축에 기여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탐구력이 뛰어난 아이들을 모아 교과서에 갇힌 과학이 아니라 직접 탐구하고 체험하는 과학을 배우도록 하는 일이었다.

영재교육원에 관계한 10년은 ‘교사가 된다는 것은 참 엄중한 일’이라는 것을 더 새기는 시간이었다. 조금만 손을 잡아주면 자신의 재능을 활짝 피워내는 아이들을 계속 만났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같이 배워 나갔습니다.”

지역을 다니며 방사선을 측정하고, 주변환경에 따라 방사선 수치가 어떻게 달라지는 탐구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니 교사에게도 값진 배움이 됐다. 방사선 프로젝트 때는 기기를 대여해준 서울의 방사선안전기관의 요청으로 서울 원정 발표를 하기도 했다. 고등학생뿐인 세미나에 참가해 중학생들이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언젠가 맡은 여학생 그룹은 영재교육원의 프로젝트를 따라가기 버거워 울기도 했다.

“학교에서 남학생들만 지도하다가, 여학생들이 과학적 이해를 버거워하면서 섬세한 마음에 상처를 받으니 참 난감하더라고요. 그래도 계속 보완해 가면서 프로젝트를 완성했는데, 그애들이 산출물대회에서 최우수를 하게 됐습니다.”

그 여학생들은 이인규 선생을 찾아 스승의 날에 남학생뿐인 학교로 찾아오기까지 했다. 여학생들의 등장으로 들썩들썩하던 그날의 기억은 ‘따뜻하지만 교사의 영향력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해주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

2008년 동원고등학교로 넘어온 이인규 선생은 본격적인 인문계 전환을 준비하는 학교와 새로운 도약을 함께했다. 2012년 교사 이전 당시 그는 가장 일이 많은 보직으로 통하는 교무부장이었다. 재단에서 최고의 시설을 갖추면서 학교에 힘을 실어줄 때, 그는 학생들이 과학적인 꿈을 꿀 수 있도록 세심한 곳을 살폈다.

전세계가 코로나팬데믹으로 초유의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이때, 그는 혁명적 변화에 성공한 황차열 교장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미래교육으로 여겨지던 원격교육이 갑작스럽게 학교 현장으로 들어왔고, 모든 학교가 아무도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우리학교는 작년부터 교사연수를 통해 온라인 수업을 준비해 오던 차에 코로나19사태가 터져, 허겁지겁 준비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촬영장비를 갖춘 교실 5개를 만들어,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준비도 해 놓았습니다.”

이인규 교장은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가 아니라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와 함께하는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원격교육이 학교현장의 일상이 된 지금, 그는 미래교육의 일선에서 내일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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