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있는 단상/초대시선-배롱나무꽃
꽃이 있는 단상/초대시선-배롱나무꽃
  • 통영신문
  • 승인 20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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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 보이는 언덕에 펼친 화방석
곡진한 찻자리에 앉아 주오
벌 나비 몇과 찻잔 드는 벗이
아직 도착 안했으니
님이 먼저 앉다 가오

정한대로 잎이 나던 봄을 지나며
비로소 속살 펴는 나뭇결도 보고
하얀 상흔만 남은 등걸로
소양증 앓던 기억을 잊어가고 있는
저기 저 만당홍 아래
님이 그림처럼 앉아 주오

가만히 불러보는 님아
혼란의 책 속에서 등불처럼 비추던
치밀한 꽃잎에 숨겨둔 사람
피고 져도 한 여름
꽃보다 먼저 멀어진 님아

호사한 꽃타령에
자미화 꽃등이 흔들리면
그림자도 붉어져 여울에 흘러가니
눈 감고 그려보는 님아
이 꽃이 지기 전에 기적처럼 찾아 주오


* 배롱나무꽃 : 자미수(자미화)라고도 하며 목백일홍,백일홍나무,간지럼 나무, 만당홍 등의 별칭이 있다. 백일이상을 붉게 피고 지는 배롱나무는 부귀를 상징하며, 수피와 나무속이 같은 하얀색으로 겉과 속이 같다 하여 선비나무라고도 한다.

정소란(시인)

정 소 란
한산도에서 출생하여
월간 조선문학으로 등단,
현재 죽림에서 꽃집을 하며
시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