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강력한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접근하고 있다고 안전 안내 문자가 계속 오고 있다. 외출을 자제하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오늘 저녁 모임도 연기되었다. 저녁 7시인데도 아파트 지하 차고는 주차로 가득하여 결국 지상에 주차를 하였다. 아침에 북신만 부두에서 배를 결박하기 위한 선원들의 바쁜 움직임도 보았다. 부두에 결박한 배에 연이어 배를 연결하여 서로 묶고, 자리가 모자라는 배들은 인근 바다 가운데서 서로가 몸을 묶어서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불도 훤히 밝혀서 자신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알리며 소통하고 있다. 북신만 항구는 배들의 불빛과 선원들의 부산한 움직임으로 도시의 번화가 모습이다. 인도네시아에 1년간 머무르는 동안 화산 폭발이 있었다. 국내의 가족들과 지인들이 안부를 묻는 연락이 왔다. 물론 그곳에서 뉴스로 화산 폭발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곳 정부 기관으로 부터의 특보나 경보가 있는 것이 아닌 뉴스로서 다루고 있었고 주변의 현지인들도 ‘화산이 폭발하였구나!’하는 정도였다. 활화산이 있는 인도네시아에는 최근에도 여러 차례 화산 폭발이 있어서 인명사고를 비롯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는 내용을 접하고 있다. 화산이 폭발할 수 있는 지역이 이미 알려져 있고 예보 시스템도 작동하고 있다. 그럼 그곳에 살지 않거나 지진 경보가 있으면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그러하지 않았다. 가축을 많이 키우고 있는 그곳의 사람들은 가축을 두고 떠날 수 없으며, 인근에서 화산 폭발음이나 열기가 나올 때 가축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화산이 폭발하고 나면 화산재로 인하여 비옥한 땅이 생겨서 장기적으로는 유익한 일이기도 하다고 하였다. 반둥의 땅꾸반 쁘라후(Tangkuban Perahu) 분화구 곳곳에는 불꽃이 뿜어 나오고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수많은 관광객이 그곳을 찾고 있었다. 분화구에 있는 호수인 까와뿌띠(Kawah Putih)의 하얀 유황물은 밀가루를 풀어놓은 듯하다. 보슬비가 내리고 물안개가 호수를 덮은 몽환적인 그림을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그곳에 발을 담그며 따듯한 화산 호수를 마음껏 즐겼다. 자연 재난이 인간에 주는 또 다른 이면(裏面)이 이렇게 존재하고 있었다.

수산업을 하는 지인들은 여름에 해일이 크게 일어야 바다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고 한다. 바다 밑을 화끈하게 뒤집어 줄 수 있는 것은 큰 해일 밖에 없다. 해일이 지나고 나면 어족도 풍부하고 풍어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태풍이나 해일이 재난을 주기도 하지만 또 다른 유익한 부분도 있다. 태풍이 내습하는 견내량으로 차를 몰았다. 거제와 통영을 이어주는 좁은 해협으로 힘찬 물살이 일고 있었다. 한산대첩 때에도 오늘같이 태풍이 일어 물살이 세어질 때 장군은 물살을 이용하여 왜군과 맞서 싸워 승전을 하지 않았을까?

배들이 서로 묶여서 태풍을 이겨내듯 우리의 세상살이 고단함도 서로 의지하면서 이겨내고, 자연이 주는 시련에 대응하면서 또 다른 기회가 오고 있음을 기억하고자 한다. 코로나19도 확 날려 버려 그간의 재난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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