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하늘에 가시 하나 날아갑니다
변종을 거듭하는 동안 밤마다 피어대는 꽃들 사이에
하얗게 흐르는 눈물.
환각의 성수로 생기 돌던 밤이 다시 돌아오면
곧 뚜렷한 흔적을 남깁니다
단단해 지는 잎이 넓어져 갑니다

나는 왜 그랬을까
외경된 암수를 훔쳐본 듯
씨앗이 꽃에게로 잠시 건너가던 부정(不貞)에 외면하고
몇 날을 보고 있어도 몰랐던 속내가
촘촘한 비수에도 잎만이 깨어 보고 있던
연연한 의식임을
나는 왜 몰랐을까

영토를 준비한 씨앗만이 사방에 흩어질 날을 기다리고
진화된 꽃이 진통을 시작하던
미명의 시간이
오인하였던 꽃 앞에 막아섭니다

비늘보다 작은 잎이 또 생겨나고
부푼 밑씨 빨갛게 커져갑니다
말 할 수 없는 8월의 태양에게도
온도를 맞추어 웃고 있는 이 화사한 꽃이여
그 뜻도 모르던 가슴에 그늘이 집니다


*선인장 : 꽃은 갖가지 빛깔이 있고 가시가 잎이다. 생식기관으로 꽃을 피우며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을 가진 식물이라고 한다. 오래되면 큰 나무처럼 굵어진다.

정소란(시인)

정 소 란
한산도에서 출생하여
월간 조선문학으로 등단,
현재 죽림에서 꽃집을 하며
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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