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어린 코알라가 피한 후였지
바람이 세찬 날에는 신경이 곤두서고
유연한 수액이 울렁거렸지

황무지가 될 때까지 둘러선 경쟁자
땅이 부르짖는 소리가 꺼진 후에야
알맞은 바람이 불었을 때

뿌리도 없어진 흙으로부터 등을 미는 생명
잿더미에 남긴 씨앗을 열어주었고
천둥은 멈추고 번개는 번성을 기원하지만
치열하고 가혹한 번제였다

한 시절
지중해를 둘러싼 불길은 사그라들고
누군가 밝혀 줄 자연스런 작동원리
그것은 톱니처럼 돌아가는 생태계로 남을 테지

코알라 입속에 남아있던 까맣게 터지는 꽃씨
땅이 흔들어 만든 열이 다시 양생을 시작하는 땅에서
푸른 잎마다 향유를 달고 서 있을 나무
태양이 지나가는 가지를 만든 나는
유칼립투스


*유칼립투스: 잎에서는 휘발성이 강하고 향이 나는 유칼리유를 채취하여 약으로 쓰기도 한다. 이 휘발성이 가뭄과 번개를 만났을 때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는 화재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생태계의 조절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정소란(시인)

정 소 란
한산도에서 출생하여
월간 조선문학으로 등단,
현재 죽림에서 꽃집을 하며
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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