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휴게소 대표 심규진

“함께 버티고 살 방법을 찾아야지요. 그래도 시대가 지나고 백신이 개발되면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겠습니까?”

2020년,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바이러스로 인해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함께 버티자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이 어려움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사람의 왕래가 줄면서 모든 여행업소가 직격탄을 맞았다. 고성에서 통영 방향 14번국도에 있는 호반휴게소 심규진 대표(56) 역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

호반휴게소를 운영하며 그 안에 SK주유소를 직영하고 있는 심대표는 주 고객이었던 성동조선이 무너지면서 한 차례 위기를 맞은 데다 코로나로 다시 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어려울 때는 서로 도와가며 버티고 살아야 하기에, 그는 올해 3월부터 휴게소의 세입자들에게 “월세 50% 감면”을 해주고 있다. 겨우 몇십만 원 월세도 낼 수 없을 만큼 어려워진 자영업자들과 같이 비를 맞는 심정으로 한 일이다.

통영 경제의 삼박자를 이루고 있던 조선, 수산, 관광이 다 어려워진 이때, 그는 세입자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이 거센 비바람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올해 초만 해도 심규진 대표가 직영하는 SK주유소는 6년째 ‘고객만족경영주유소’로 선정됐다. 기름 판매량뿐 아니라 본사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조사를 해 친절하고 깨끗한 주유소를 선정한 결과다.

“전국에 SK주유소가 5천 개인데 그 중에 50개를 뽑습니다. 저희처럼 6년 연속 받은 경우는 아마 없을 겁니다.”

본사에서 4박 5일 베트남 여행을 시켜줄 정도로 마음을 쏟고 있는 우수지점에 호반주유소는 6년 연속 선정되는 흔치 않은 기록을 세웠다. 대표뿐 아니라 직원 모두가 친절해야 세울 수 있는 기록이다. 그 비결은 아마 가족 같은 경영 방침에 있을 것이다. 짧게 근무한 사람이 7년, 길게 근무한 사람이 15년, 호반주유소 직원들은 식구처럼 지낸다. 그러기에 5년 전에 셀프 주유소 시설을 갖춰놓고도 임의로 직원을 줄이지 않았다.

심규진 대표의 든든한 동반자 아내 이미경 씨와 함께

“아내가 그럽니다. 봉사한다고 몇천만 원도 쓰는데, 식구 같은 직원과 같이 가야 한다고.”

아내 이미경 씨(53)는 지금도 주유소의 실질적인 살림을 맡고 있는 동반자다. 심규진 대표는 통영의 대표적인 봉사단체 중 하나인 청실회에서 회장과 총재를 지냈는데, 이때도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와 헌신이 있었다.

청실회는 다른 봉사단체와 달리 가족 중심적인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청실회에 가입하려면 아내가 반드시 홍실회에 가입해야 하고, 남편이 청실회 회장을 하면 아내는 자동 홍실회 회장을 해야 한다. 그러니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 임원, 특히 총재가 될 수는 없다.

“2017년에 청실회 총재를 했습니다. 전임 총재님 중에 임기 중에 신규지부를 창립한 분들이 계셨는데, 저도 그런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 임기 기간 중에 제주 청실회를 창립했지요.”

청실회 임원 10여 명이 제주를 오가며 청실회 지부를 창립하는 일이었다.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보람 있는 일이기에 심 대표는 기꺼이 그 모든 비용을 개인적으로 감당했다.

이때도 아내 이미경 씨의 통 큰 지원이 있었다.

“총재 두 번 할 것도 아닌데, 빚을 내서라도 확실하게 밀어줘야지요. 부부가 같이 봉사하는 단체라 서로 잘 이해할 수 있어 좋아요.”

이미경 씨의 말이다. 그는 심규진 대표 이상으로 청실회 봉사에 헌신적이었다. 아들이 돌 지났을 때부터 아기를 업고 참여한 홍실회 봉사가 남편의 더 큰 조력자로 서게 만든 것이다.

이미경 씨는 심 대표가 총재를 할 때는 주유소 일을 거의 떠맡다시피했다. 전국에 지부가 30개나 되니, 각 지부의 행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청실회 총재는 바빴다.

“지금처럼 코로나 시국에 하지 않고 미리 해서 참 다행입니다.”

봉사의 힘은 이런 어려운 시국도 이겨나갈 힘을 준다. ‘돈 쓰며 봉사도 하는데’ 싶으면 웬만한 수고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5년째 통영시 주유소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심 대표가 24시간 주유소 문을 열게 된 것도 이런 희생정신 때문이다. 평일에는 한두 건, 주말에는 많아야 예닐곱 건의 주유차량을 위해 밤새 불을 켜고 있는 건 경제논리보다 대의를 생각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3년 전쯤에 민원이 있었어요. ‘통영이 관광도시라면서 밤에는 주유할 곳이 없다.’는 관광객의 민원이 몇 건 접수된 거지요. 경남도 주유소협회 회장회의에서 ‘통영 회장님이 두세 군데 설득해서 불을 켜고 있어 달라.’고 해서, 그때부터 저를 포함해서 3곳이 24시간 불을 켜고 있습니다.”

조금은 손해가 되더라도 같이 살기 위해 한 발씩 양보하는 것, 심 대표는 그것이 이 코로나 시국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통영청실회 대표 시절, 연화도에서 쓰레기 봉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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