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수골이 낳은 연기자 “광대로만 살겠다”

이번 경남연극제에서 통영 벅수골이 ‘나의 아름다운 백합’으로 전체 금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박승규 배우(57)가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박승규 배우는 “연극의 연기상은 혼자서만 잘해서는 받을 수 없는 상”이라면서 “연극 전체가 잘 꾸려진 가운데, 그 배역에 잘 어울렸다는 뜻이므로 동료 배우들이 만들어준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개인보다 팀이 중요한 게 연극이기 때문이다.

박승규 배우에게 연기대상은 사실 그리 새삼스러운 상이 아니다. 그는 1993년 ‘봄날’로 처음 연기대상을 받은 이래 여러 번 연기대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연극협회에서 주는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문화부장관 표창 등 굵직한 상을 받아 벅수골의 이름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첫 연기상은 반대만 하던 가족들을 설득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제대로 된 밥벌이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집에서 반대가 심했죠. 장남에게 거는 기대도 있으셨을 테고…. 연기상을 수상한 다음에는 조금 편해졌습니다.”

박승규 배우가 연극을 시작한 건 스물한 살 때였다. 직장에 다니다가 벅수골 선배 한 분이 같이 연극해 보자 소개를 해서 발을 들여놓게 된 것.

“처음에는 사람들 만나고 세상 이야기, 작품 이야기 하는 게 너무 좋아서 한 발 한 발 들이게 됐지요. 방위병 생활을 하면서도 저녁에 극단에 가서 연극을 했는데, 소집해제를 한 뒤에 직장에 복직 안 하고 극단에 들어갔습니다.”

박승규 배우는 벅수골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하고 벅수골에서 배우로 성장했다. 때때로 생활이 어려워질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발등의 불을 껐지만, 아내가 집안 경제의 큰 부분을 담당해야 했다.

“큰애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부산예술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동서대에 편입하고 경성대 대학원까지 6년 동안 공부했지요.”

서른여덟 살 때 시작한 공부였다. 이미 무대경험으로는 동급생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대 선배였지만, 그는 진지한 마음으로 ‘연극’을 학문적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석사과정을 하면서는 모교인 부산예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대구 계명대, 동서대에 출강하며 그는 15년 동안 대학 강단에 섰다.

“가르치는 게 훨씬 어렵죠. 가르치기 위해 더 연구해야 하고 학생들이 갖고 있는 것도 발견해야 하니까요. 대학 강단은 연기생활에 자극을 받는 곳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실력을 다지는 데도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박승규 배우는 작년에 짐을 벗듯이 모든 강의를 접었다. 그리고 올해부터 오롯이 다시 배우로 돌아왔다.

“앞으로는 광대로만 살 겁니다. 무대 위에서 작품 속 인물을 잘 표현하는 광대가 되겠습니다.”

지금 박승규 배우는 올해 창단한 경남도립극단의 상임계약단원으로 들어가 9월 박경리의 ‘토지’ 를 연극으로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맡은 역할은 최참판댁의 재산을 빼앗는 조준구 역.

또 경남예술단 주최로 이달 경남을 순회공연하는 ‘퓨전 사랑소리나다’에도 참여한다. 이 공연은 14일 김해. 16일 진해, 18일 통영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벅수골과 함께한 연기 인생 38년, 박승규 배우는 매번 무대 앞에서 새 마음으로 서 있다.

나의 아름다운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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