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좀 주오 부탁 하오

산 아래 작은 그늘막을 내어줄테니

그 정(情)을 생각하여 물소리 나는 아침

함께 눈 뜰 수 있기를

이렇게 사정하오

나는 그대 등 뒤에 숨은 달

날마다 찾아 나선 새벽마다

지고 핀 줄 모르는 그대 자태를 보고

옅어가듯 시를 쓰는 기다림이니

함께 멀어진 아침이 올 때까지

시간을 좀 주오

꽃돌이 되어가는 나는

순한 바람 불어오면

자박거린 별빛 몇 품에 머물고

바닷소리 낯설던 수련향도 잠기는

그런 것도 비워낸 상흔이 깊은 나는

우주 속 명징한 정인이니

그대 꽃잎 여는 때라도 알려주오

정소란(시인)

정 소 란
한산도에서 출생하여
월간 조선문학으로 등단,
현재 죽림에서 꽃집을 하며
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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